‘서울의 봄’ 정우성 “행주대교 신 촬영 때 몸 떨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 연기
“망망대해서 캐릭터 찾는 느낌”
데뷔 30년… 제작·연출도 도전

배우 정우성이 ‘서울의 봄’으로 극장 관객을 만나고 있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정우성이 ‘서울의 봄’으로 극장 관객을 만나고 있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망망대해에서 캐릭터를 찾는 느낌이었어요. 촬영 마지막엔 흰머리까지 났더라고요.”

배우 정우성은 영화 ‘서울의 봄’과 만남을 이렇게 돌아봤다. 지난 22일 개봉한 이 영화는 1979년 발생한 12·12 군사반란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정우성은 정권을 탈취하려는 신군부 세력에 맞선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을 연기했다. 본분과 소신을 지키려는 인물로 작품의 중심을 잡아준다. 최근 서울 종로구 안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우성은 “원래 연기를 할 땐 뻔뻔해야 하는데 이번 작품만큼은 그렇지 못했다”고 밝혔다.

영화가 시작되면 사건은 긴박하게 흐른다. 정권을 탈취하려는 전두광 세력과 이에 맞선 사람들의 9시간을 빠르고 차진 호흡으로 그려냈다. 정우성은 이 영화로 ‘비트’(1997) ‘태양은 없다’(1998) ‘무사’(2001) ‘아수라’(2016)에 이어 다시 한번 김성수 감독과 합을 맞췄다. 정우성은 “처음에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땐 전작 ‘헌트’와 동일 선상에 있는 인물인 것 같아서 고사했다”며 “그랬더니 감독님이 ‘그럼 작품을 엎겠습니다’라고 해서 출연하기로 했다”고 웃었다. “처음에는 막막했어요. 연기를 하면서 캐릭터를 찾아갔죠. 이태신은 책임을 다하지 않았을 때 부끄러운 감정을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영화 ‘서울의 봄’ 스틸 컷.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서울의 봄’ 스틸 컷.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서울의 봄’ 스틸 컷.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서울의 봄’ 스틸 컷.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우성이 그린 이태신은 전두광과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다. 불의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맞서 자신의 책임을 다한다. 정우성은 “누구나 마음 속에 전두광과 이태신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어떤 면모가 발현되는지가 중요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김 감독님이 ‘아수라’ 때부터 인간 본성을 다루더라”면서 “인간 군상을 그리는 데 집중했기 때문에 어느 한 캐릭터가 너무 정의롭거나 영웅처럼 그려지는 걸 조심했다”고 설명했다.

황정민, 이성민, 박해준, 김성균 등 내로라하는 충무로 동료 배우들과 호흡도 잊지 못할 경험이다. 정우성은 “황정민 배우가 연기한 전두광 캐릭터의 기운을 살피려고 했다”면서 “촬영 없는 날에도 따로 촬영장에 가서 전두광 무리의 연기를 보곤 했다”고 설명했다. “행주대교 신을 찍을 땐 몸이 정말 떨렸어요. 그 정도로 추운 날씨는 아니었거든요. 그 떨림을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완성된 작품을 보니 캐릭터들이 하나하나 빛나더라고요.”

1994년 영화 ‘구미호’로 충무로 생활을 시작한 정우성은 올해 데뷔 30년을 맞았다. 연기 생활과 영화 제작은 물론이고 지난 8월에 개봉한 영화 ‘보호자’ 메가폰을 잡아 영화 연출까지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정우성은 “올해 출연작뿐 아니라 카메오 출연도 많이 했다”며 “당분간은 좀 쉬면서 다음 작품을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차기작은 신현빈과 함께 한 멜로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다. 정우성은 “저의 ‘봄’은 20대에 ‘비트’를 만났을 때”라며 “이 작품으로 다시 저의 인생 캐릭터를 추가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