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 훈풍 ‘서울의 봄’… 몰입감 높인 섬세한 연출 강점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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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감독 연출 돋보여
배우의 탄탄한 연기도 특징
“대중성·작품성 고루 갖춰”

영화 '서울의 봄' 스틸 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서울의 봄' 스틸 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한복판에서 벌어진 신군부 세력의 군사 쿠데타를 다룬 영화다. 무력으로 권력을 거머쥐려는 전두광(황정민 분) 국군보안사령관과 이를 막으려는 이태신(정우성 분) 수도경비사령관 사이에서 벌어지는 9시간의 치열한 대립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냈다. ‘비트’, ‘아수라’로 알려진 김성수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이성민, 박해준, 김성균, 정해인 배우 등이 출연했다.

모처럼 극장가 흥행 가도를 달리는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직관적인 서사와 빠른 전개 방식이다.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등 짧고 간결한 영상에 익숙한 관객들이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노력한 점이 눈에 띈다. 스포츠 경기처럼 공격과 수비를 반복하는 연출은 2시간 21분이라는 짧지 않은 상영시간 동안 관객에게 긴장감을 준다. 관객은 12·12사태로 신군부가 집권했다는 역사를 이미 알고 있지만 어느새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의 입장에 서서 진압군을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관객이 큰 고민 없이 ‘착한 편’과 ‘나쁜 편’의 싸움으로만 영화를 지켜볼 수 있도록 작품 속에서 선과 악을 극명하게 대비한 점도 대중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사무실·회의실 등 주로 실내 공간을 중심으로 영화가 진행되지만 포탄이 난무하는 전쟁영화를 보듯 지루하지 않은 점도 특징이다. 시각적 요소를 활용해 영상의 맛을 살린 연출 덕분인데, 반란군을 상징하는 붉은 조명과 진압군을 상징하는 어두운 초록빛의 조명이 대조를 이루는 등 엎치락뒤치락하는 두뇌 싸움이 실감 나게 묘사됐다. 하나회 멤버가 모여 쿠데타를 모의하는 장면에서는 의도적으로 불을 끄는 연출을 사용해 시각적으로 긴박감을 드러냈다.

반란군의 작전 계획을 그래픽으로 설명해 몰입도를 높인 점이나 영화 사이사이 코미디 요소를 넣어 불행한 역사를 지켜봐야 하는 관객의 부담감을 덜어내는 점도 섬세하다. 그의 전작들에서 느린 화면, 인물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 찍는 앙각 쇼트 등을 활용해 신선한 연출을 꾀했던 김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재치 있는 연출을 선보였다. 통화가 도청된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진압군의 통화 과정에서 반란군의 얼굴을 화면에 분할해 집어넣는 식이다.

연출을 뒷받침하는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전작인 아수라에 이어 다시 합을 맞춘 배우 황정민과 정우성의 연기는 작품을 공고히 지탱한다. 황정민이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악역을 훌륭하게 소화해 내면 정우성은 무게감 있는 정의로운 장군 역으로 이에 맞선다. 이성민, 김성균 등 감초 같은 조연 배우들의 연기도 관객을 영화에 빠지게 만들기 충분하다.

이렇듯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갖췄다는 호평을 받는 ‘서울의 봄’이지만 작위적으로 느껴질 만한 장면이 일부 등장하는 등 아쉬움도 남는다. 몇 안 되는 병력을 이끌고 반란군 제압에 나선 이태신이 이순신 동상을 바라보며 출전하는 점이나 쿠데타를 끝낸 전두광이 무리에서 홀로 빠져나와 웃는 건지 우는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는 장면은 배경 설명이 부족해 쉽게 납득되지 않는 아쉬움을 남긴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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