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평범한 서류 한 장, 시민 동력 업고 부산 미래로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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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월드엑스포 유치 운동, 부산이 걸어온 길

2014년 7월 시 유치 방안 마련
이듬해 139만 시민 서명이 큰 힘
2019년 국가사업으로 추진력
지난해 국정과제 채택 뒤 ‘올인’
시민·정부·재계 ‘코리아 원팀’
유치 여정 3000일 대미 장식

2015년 11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30 부산등록엑스포’ 유치를 위한 100만인 서명 운동 당시 모습. 부산일보DB 2015년 11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30 부산등록엑스포’ 유치를 위한 100만인 서명 운동 당시 모습. 부산일보DB

부산의 도전은 빛났다. 부산이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 경쟁국과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은 바로 시민의 염원과 저력이다. 부산 시민사회의 염원에서 출발, 장장 ‘3000일’간 달려온 엑스포 유치 여정은 ‘코리아 원팀’의 활약으로 이어졌다.


■미미한 첫출발, 가득 모인 국민 저력

2030엑스포 유치 출발은 단출했다. 부산시는 2014년 7월 엑스포 유치 추진 방안을 수립했다. 그해 8월에는 부산시 조직도 아래 엑스포 유치를 전담하는 1개 팀이 생겼다. 9년 전 작성한 평범한 서류는 훗날 부산 미래를 뒤바꿀 결정적인 첫발이었다.

처음 엑스포 유치를 고민하고 꿈꾼 건 부산시였지만, 이내 시민사회도 호응했다. 2015년 임의 단체인 ‘2030 부산 등록엑스포 유치 범시민추진위원회’가 결성됐다. 이들은 그해 10월 부산진구 송상현 광장에서 ‘엑스포 유치 기원 100만 명 서명 운동 선포식’을 열고 100만 서명 운동을 이끌었다.

당시 부산항 개항 150주년을 기념하고, 2030엑스포 개최 15년 전이라는 뜻에서 대표 15명이 처음 서명했다. 당시 서병수 부산시장, 부산상의 조성제 회장, 오거돈 해양연맹 총재, 부산발전시민재단 고 김희로 공동 이사장이 이름을 올렸다.

서명 운동 약 5개월 만에 100만 명을 훌쩍 넘는 139만 명의 의지가 모였다. 시민 서명 운동을 동력으로 정부도 엑스포 유치전에 확신을 두고 뛰어들었다. 정부 주도 유치 활동을 벌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와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지난 10월 부산시청 녹음광장에서 열린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다짐 시민선포식 당시 모습. 정종회 기자 jjh@ 지난 10월 부산시청 녹음광장에서 열린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다짐 시민선포식 당시 모습. 정종회 기자 jjh@

■국가사업 결정으로 ‘탄력’

100만 서명 운동으로 부산 시민 의지는 충분히 확인됐다. 한동안 엑스포 유치는 부산시와 시민사회 차원에서 움직였는데, 정부 차원으로 확장된 때는 2019년이다. 2019년 5월 문재인 정부의 국무회의에서 2030엑스포 유치가 국가사업으로 확정됐다.

이때부터 2030엑스포 유치 활동은 정부 네트워크 활용으로 날개를 달았다. 정부와 정·재계, 부산시, 부산 시민사회의 ‘코리아 원팀’도 꾸려지기 시작했다. 부산시는 2020년 6월 엑스포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에 들어갔고, 같은 달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 범시민유치위원회가 사단법인으로 공식 출범했다.

정부는 사우디보다 약 1년 늦은 2021년 6월 엑스포 유치신청서를 국제박람회기구(BIE)에 제출했다. 2021년 10월 부산을 비롯해 리야드, 로마(이탈리아), 모스크바(러시아), 오데사(우크라이나)가 등록엑스포인 2030년 월드엑스포 개최를 위해 뛰어든 최종 후보도시로 확정됐다.

부산시 관계자는 “러시아는 도시를 바꿔 가며 4번째 등록엑스포 개최에 도전했는데, 후보 도시로 모스크바를 내세운 것만 3번째였다”며 “비록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두 도시는 모두 유치를 포기했지만, 엑스포 개최 시 유발되는 경제 파급효과나 도시 브랜드 상승효과로 엑스포는 많은 도시가 개최하고 싶어하는 메가 이벤트다”고 설명했다.



■차별화된 전략으로 ‘도전’

5개 도시가 온라인으로 처음 엑스포 개최 방향성을 드러낸 1차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은 2021년 12월 열렸다. 이후 반 년에 한 번 정도로 올해 6월까지 4차례의 PT를 거쳤다. 한국은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PT에 참여하거나 K팝 스타 BTS, 싸이, 에스파 카리나, 부산엑스포 유치 1호 홍보대사 이정재 등을 내세워 관심을 끌었다.

지난해 5월 2030엑스포 유치는 국정과제가 됐다. 뒤이어 7월 총리 직속 정부 유치위원회가 개편해 출범했다.

한국은 지난해 9월 최종 2030월드엑스포 유치 계획서를 BIE에 제출했다. 이 계획서를 경쟁국보다 빨리 제출한 덕분에 최종 경쟁 PT에서 첫 순서를 받았고, 투표 기호도 1번을 배정받았다.

지난 4월 BIE 실사단의 부산 방문 때 부산은 슬로건 ‘부산 이즈 레디(부산은 준비됐다)’에 걸맞은 완벽한 준비 상태를 보여줬고 실사단도 일정을 소화할 때마다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부산시 관계자는 “사우디의 오일머니 앞에 쉽지 않은 순간이 정말 많았지만 정부와 정치권, 경제계, 시민사회가 하나가 되어 유치 활동을 이어오고 확산시켰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며 “부산은 진정한 글로벌 도시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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