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외면에 동력 잃은 국힘 혁신위 ‘미완의 퇴장’
출범 42일 만인 7일 조기 해산
공식 활동 기간보다 약 2주 일러
인 "절반 성공, 나머진 당의 몫"
주류 희생안 실현될지 의견 분분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출범 42일 만에 ‘조기 해산’을 결정했다. 파격적인 혁신안을 내세운 인 위원장의 광폭 행보가 변화와 쇄신 바람을 이끌었다는 평가도 있지만, 현실 정치의 벽을 넘지 못한 ‘미완의 혁신’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는 예정된 활동 종료 시점인 24일보다 보름가량 이른 이날 공식적으로 활동 종료를 선언했다. 인 위원장은 혁신위 활동이 ‘50%의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에게 “국민 눈높이에서 국민이 뭘 원하는지를 잘 파악해서 우리는 50% 성공했다. 나머지 50%는 당에 맡기고 기대하며 좀 더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이날 막을 내린 혁신위는 지난 10월 26일 출범한 지 42일 만에 해산을 결정했다.
혁신위는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 등에 대한 1호 ‘대사면’ 안건에 이어 국회의원 특권 배제 등을 골자로 한 2호 안건, 청년 비례대표 50% 배치 등 3호 안건, 전략공천 원천 배제 등 4호 안건, 과학기술인 공천 확대 등 5호 안건을 차례로 내놨다. 그러나 가장 힘을 줬던 지도부·중진·친윤(친윤석열) 인사에 대한 ‘주류 희생’ 요구는 끝내 관철하지 못했다. 인 위원장의 의욕은 넘쳤으나 주류의 철저한 외면에 혁신안 동력을 상실했다.
가장 큰 벽은 당 지도부와의 갈등 국면이었다. 혁신위는 주류 용퇴 등 희생 안건을 두고 지도부와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인 위원장은 이 안건을 11월 초 권고안으로 내놓고 최근 이를 정식 안건으로 격상해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결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당 지도부는 ‘너무 급하다’며 반발했고 인 위원장은 지도부가 희생 안건을 의결하지 않는다면 자신을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추천해달라는 요구까지 했다.
그러나 김 대표가 이를 한 마디로 거절했고, 당내에서도 ‘인 위원장이 과도하다’는 불만 기류가 형성됐다. 활동 폭이 좁아진 혁신위는 결국 이날을 끝으로 활동을 마무리한 것이다. 혁신위 조기 해산에 당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당 지도부의 침묵이 혁신위 해산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임장미 혁신위원은 이날 지도부를 겨냥해 “과연 지금까지 얼마나 희생에 대해 생각했고 움직임이 있었는지 다시 한번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도 라디오에서 “김 대표가 ‘전권’을 주겠다고 했는데 전권이 아니라 ‘무권’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제는 혁신위의 자산인 혁신안의 실현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혁신안 바통을 이어받게 될 공천관리위원회가 혁신안을 얼마나 반영하고, 이를 수용할 것인지가 관건이 된 것이다. 전날 인 위원장과 김 대표 간 회동에서 양측은 우선 갈등을 봉합하는 데 성공했다. 김 대표는 인 위원장에게 혁신안을 추후 공관위 등 절차에 녹여내겠다는 입장을 전했고, 인 위원장도 이에 동의했다. 인 위원장은 “어제(6일) 김기현 대표가 혁신위가 제안한 안건을 공천관리위원회 등 여러 절차를 통해 녹여내겠다고 분명히 말을 했다”며 혁신안 실현 가능성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주류 희생 등 혁신안이 실제 실현될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당 기구가 개인의 거취를 압박하는 건 무리라는 의견과 함께 총선 국면에서 ‘한 방’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대립한다. 국민의힘 김병민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주류 희생론은 완전히 물 건너간 것은 아니라고 보냐’는 질문에 “그렇게 확신한다. 믿고 기다려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혁신위는 오는 11일 최고위원회의에 혁신안을 최종 보고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혁신위 활동 내용을 담은 백서를 제작하기로 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