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양지” 운운하던 국힘, 출사표가 안 보인다
일부 지역 도전 제외하곤 아직 오리무중
출마설 장관 출신 등도 여전히 저울질만
라인업 윤곽 뚜렷해진 민주당과 대조적
혁신 없는 지도부에 패배 위기감도 확산
12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지만, 부산 여권은 여전히 혼란스러운 중앙당 분위기에 출마 후보들의 윤곽이 잡히지 않는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회’에서 이미 ‘양지’ 판정을 받으며 풍파를 겪었지만, 수도권에서 비롯된 여권의 위기감은 낙동강 벨트를 중심으로 한 부산·울산·경남(PK)까지 확산하는 모양새다.
얼굴을 알리기 시작해야 하는 국민의힘 출마 예정자들은 대부분 달아오르지 않는 선거 분위기를 호소한다. 현역 의원의 컷오프가 거론되는 일부 지역에만 10명이 넘는 도전자가 몰려 장사진을 이룰 뿐 해운대구, 수영구 등지는 예비후보 등록을 앞두고도 선거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가뜩이나 현역 의원이 버티고 있어 행보가 조심스러운 데 당 지도부마저 진퇴를 놓고 연일 난타당하고 있어 출마 예정자마다 극도로 몸을 사리는 탓이다. 야당에서는 이미 상당수 인사가 예비후보 등록 전부터 인지도 쌓기에 나서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일부 출마 예정자 사이에서는 ‘선거 시작하기도 전에 점수 다 까먹고 있는데 이 책임은 누가 질 것이냐’는 비토까지 나오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처음에는 혁신위에서 부산이 양지라고 할 때 어이가 없었는데, 이제는 그 혁신위도 품어주지 못한 당 지도부 욕을 더 많이 한다”며 “혁신안 받아줄 그릇이 안 되면 분란이나 만들지 말지”라며 혀를 찼다. 당장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면 명함을 들고 거리 인사에 나서야 하는데 혁신안 수용을 사실상 거부하고 자중지란으로 돌아선 지도부 탓에 더 싸늘한 민심을 마주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최근 자유인이 된 장관, 대통령실 출신들도 거취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PK 내 ‘보수 텃밭’을 저울질만 하고 있어 선거를 4달여 앞둔 현재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여기에는 국민의힘 혁신위가 예외 없는 상향식 공천을 골자로 한 혁신안을 제안했으나 김기현 지도부에서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지 않은 데 대한 불안감이 반영돼 있다. 전국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곳으로 꼽히는 지역의 한 예비 후보자는 “현 정부에서 중책을 맡은 이들마저도 총선 승리보다는 개인 생존을 최우선하는 모습”이라면서도 “결국 공관위가 꾸려지고 경선 없이 편하게 연착륙할 수 있는 곳을 기다리는 꼴인데 상대 후보에 대한 기만을 넘어 시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힐난했다.
국민의힘에선 달갑지 않은 ‘올드 보이’의 귀환에 긴장하기도 한다. 다선 중진 출신 인사가 벌써부터 행사장을 찾는다는 말이 나오고, 또 다른 인사는 현수막이나 사무실 관련 문의를 하고 있다는 근황이 퍼지는 중이다. 당장 해당 지역구 현역 의원부터 출마 예정자까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한 출마 예정자의 참모는 “이건 부산 여권을 전멸시키는 행보인데 이 사실을 본인들만 모르는 것 같다”면서 “정작 나와야 할 사람은 극도로 몸을 사리고 있고 나오면 안 될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어서 속이 터질 노릇”이라고 전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 출범이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서도 우려 섞인 반응들이 나온다. 민주당의 경우 현역 의원과 지난 총선·지선 출마자들로 총선 라인업 윤곽이 거의 드러난 상황에 공천이 늦어지면, 공천을 둘러싼 후폭풍 등이 선거에 더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