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용가 김남진의 실험, 어디까지 통할까
해설이 있는 무용:Nude, 누드
27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
양종예·김남진 안무작 선봬
“객석 100명 한정 판매·19금”
‘초대권·화환·쫑파티’ 없는 공연
내년 덴마크·부산 공연도 추진
“공연 특성상 부산문화회관 중극장 2층에 100명만 관객으로 모십니다!” 엉뚱한 듯하지만 파격적이다. 더욱이 ‘19금 공연’이란다. 김남진피지컬씨어터 제6회 정기 공연 ‘해설이 있는 무용:Nude, 누드’ 공연을 두고 한 말이다.
공연 제목 ‘누드’로 인해 오해의 소지가 없진 않지만, ‘인터랙티브 퍼포먼스’ 작품으로 지난 8월 영화의전당에서 초연한 ‘산불’ 공연 때처럼 매핑으로 무대 바닥을 영상 처리하면서 객석 1층을 전격적으로 비우게 됐다. 무대 바닥까지 포함한 춤 작품을 관람하기엔 객석 2층이 최적이라고 판단한 덕분이다.
지난 11일 오후 얼굴을 마주한 김남진은 “춤 관객은 점점 떠나가고, 적은 제작비 등 훈련이 덜 된 무용수들이 어쩔 수 없이 무대에 오르는 현실에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고, 어떻게든 이런저런 상황을 타개해 보자는 마음으로 여러 가지를 시도한다”고 말했다. 객석 1층 전석을 비우는 결정 역시 “잘 보일 수 있는 곳에서, 더 잘 보이게 하려는 모험”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누드’ 작품은 지난 2021년 서울서 초연했다. 이번에 부산 무용수들과 함께 내용을 더욱 보강해서 새롭게 꾸민다. 공연 1부는 양종예 춤꾼이 독무로 ‘봄의 제전’을 안무·출연한다. 소요 시간은 10분이다. 2부는 김남진 안무의 ‘굿, 마른오구’이다. 60분짜리다.
양종예는 일본 부토컴퍼니 ‘다이라쿠다칸’에서 지난 2009년부터 활동하는 춤꾼이다. 두 사람 모두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 공연’에 이름을 올리면서 인연이 됐다. 김남진은 2002년, 양종예는 2022년 초청됐다. 특히 양종예의 지난해 초청작 ‘봄의 제전’을 보면서 이전에 같은 음악을 사용한 적 있는 김남진이 관심을 내보였고, 작년부터 함께 공연을 기획하게 됐다.
양종예는 “신이 내게 준 춤이라는 선물이 나를 지옥에 살게 하기도 하고, 천국에 데려가기도 한다. 그냥 춤추고 싶을 뿐인데 왜 시련을 주느냐고 선물 필요 없으니 도로 가져가라고 화도 내는 등 별별 짓을 다하면서도 아직 춤을 춘다”고 말했다. 그는 “‘봄의 제전’ 속 처녀의 춤은 마치 신들린 모습 같고, 내가 아닌 다른 무언가로 변신하는 부토 프로세스는 ‘봄의 제전’ 처녀가 사후, 태양신을 만났을 때를 상상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김남진의 ‘굿, 마른오구’는 잠잠해질 만하면 터져 나오는 끔찍한 소식 중 하나인 ‘아동학대’로 세상을 떠난 어린 넋을 위로하는 무대다. 김남진이 ‘봄의 제전’ 음악으로 세월호와 위안부의 아픔을 위한 제를 지냈던 것처럼 그 연결선에 있다. 작품은 △떠나지 못한 어린 영혼들 △작은 저세상이란 곳 △다 벗은 몸으로 등의 3개의 장과 에필로그(아이야 청산 가자)로 구성된다.
마른오구란 죽은 사람의 넋을 위로하고 좋은 곳으로 가라는 의미의 굿이다. 서울에서는 지노귀(진오귀)굿이라 하고, 강원도·경상도에선 오구굿, 그밖의 지역에선 진오기굿, 망무귀굿, 수양굿, 씻김굿이라고 한다. 또한 지노귀나 진오귀로 부르는 것은 죽은 지 얼마되지 않은 오구굿을 말하고, 죽은 지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하는 것은 마른 오구굿이다.
작품은 전통적 제의 형식인 ‘오구굿’의 현대적 재해석을 바탕으로, 한국적 색채가 강한 조화로운 움직임의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킨다. 부산 춤꾼 정기정·손영일·황정은 외에 서울 춤꾼 박영성이 함께하고, 컨템포러리 서커스 전공의 퍼포머 서상현·권해원, 누드아티스트 이석현, 연극배우 김미숙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 베테랑들이 모여 차별화된 구성과 현대무용과의 조화를 기대한다. 또한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영상도 결합하고, 극 중 관객 참여를 통해 서로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다.
김남진피지컬씨어터는 내년 10월 덴마크 코펜하겐과 부산에서 선보일 신작 ‘검은 인어’에 출연할 부산 무용수 5명과 덴마크 무용수 2명을 선발할 계획도 발표했다. 출연료뿐 아니라 항공료와 숙소까지 덴마크에서 지원할 예정이며, 내년 3월과 9~10월 중 3주씩 양국을 오가며 작업하게 된다. 앞서 선보인 작품 ‘산불’도 서울과 프랑스, 벨기에, 덴마크 공연을 추진한다.
한편 김남진은 내친 김에 이번 공연에서 ‘초대권·화환·쫑파티’ 등 3가지 없는 공연도 강조했다. 그리고 부연 설명했다. “공연 티켓 구매는 부산 예술가를 도와주는 길입니다” “화환-공연 후 철수로 바쁜 와중에 이거 버릴려면 고난이고 짐입니다. 꽃다발과 파리바케트 케이크도 사절합니다. 마음만 받겠습니다.” “쫑파티-공연 제작한 안무가나 연출이 책임져야 하는 쫑파티는 구시대 이야기입니다.” ▶12월 27일(목) 오후 7시 30분 부산문화회관 중극장. 관람료 일반 3만 원, 대학생 1만 5000원(대학생 단체 10인 이상 1만 원). 문의 010-8332-5265.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