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최측근’ 딱지 떼고 홀로 설까… 국힘 ‘구원투수’ 나선 한동훈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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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일선에서 검사로 승승장구
전 정권 좌천 딛고 장관으로 부활
야권 집중공격 정면 돌파로 승부
논리력·인지도 등 강점으로 꼽혀
포용력 입증·김건희 특검 급선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명되면서 정치 무대에 데뷔했다. 한 장관이 이날 오후 법무부 청사에서 이임식을 마치고 직원들의 환송을 받으며 청사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명되면서 정치 무대에 데뷔했다. 한 장관이 이날 오후 법무부 청사에서 이임식을 마치고 직원들의 환송을 받으며 청사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조선 제일검’ ‘스타 장관’ 등으로 불리며 국민적 인지도를 앞세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젠 집권 여당 구원투수로 정치판에 나섰다. 차기 대선주자급으로 부상하던 그의 정치권 등판은 김기현 전 대표의 사퇴로 급물살을 타며 한순간 당을 이끌 ‘한동훈 비대위’로 이어졌다. 뛰어난 논리력과 전투력, 인지도가 강점으로 꼽히지만, 당정 관계 재확립·총선 전략·야당 특검 공세 등 산적한 현안에 대한 한 장관의 정치적 능력은 ‘검증 전’이라는 게 최대 변수다.

국민의힘이 21일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한 장관을 공식 지명하면서 이르면 내주 한동훈 비대위가 출범할 전망이다. 평검사부터 법무부 장관, 보수 정당 중심에 선 비대위원장까지 그간 한 장관이 걸어온 길은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공존했다.

한 장관은 서울 출신으로, 현대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이후 1995년 제37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사법연수원을 27기로 수료했다. 서울중앙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한 한 장관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검찰연구관,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 대검 정책기획과장 등을 지냈다. 한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투입돼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한 윤 대통령의 측근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이 중앙지검장으로 있을 땐 중앙지검 3차장검사로 ‘사법 농단’ 사건, 삼성그룹의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등을 수사했다.

2019년 당시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에 임명된 뒤 단행된 인사에선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역대 최연소 검사장으로 승승장구하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비리 의혹 수사를 지휘하기도 했다. 이후 윤 대통령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충돌할 당시 반부패·강력부장에서 6개월도 채우지 못하고 부산고등검찰청 차장검사,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연구위원, 진천분원 연구위원, 사법연수원 부원장 등 연달아 좌천을 경험하기도 했다.

이후 한 장관은 윤 대통령 취임 후 예상됐던 지검장 등이 아닌 법무부 장관으로 파격 지명됐다. 이어 정부 출범 1년 7개월 만에 여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천된 것이다. 오는 26일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 임명되면 한 장관은 국민의힘 사령탑으로서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한 장관이 대중에 각인될 수 있었던 가장 큰 강점은 참신함이다. 기존 문법과 다른 한 장관만의 ‘직언’ 화법은 국민에게 참신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청담동 술자리 의혹’ 등 야당의 정치적 공세를 단호하게 받아치는 장관의 모습은 기존 보수 진영에 없던 모습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에 한 장관은 더불어민주당의 집중 표적이 됐다. 하지만 매번 주도권은 한 장관에 넘어갔고, 이에 더해 그는 이재명 대표를 향해서도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그 결과 한 장관은 보수 진영 차기 대선주자로 단숨에 떠올랐고, 이 대표를 위협하는 ‘정치 신인’이 됐다.

한 장관의 강점이자 단점은 정치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정치 경험이 없었기에 참신한 모습이 강조됐고, 정치 경험이 없기에 총선을 앞두고 당을 이끌 비대위원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가장 큰 관건은 당정 관계 재정립이다. 한 장관은 특히 윤 대통령의 측근 인사로 꼽히는 만큼 수직적 당정 관계를 벗어나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치적 경험이 없는 점도 더욱이 용산과 멀어질 수 없는 이유로 꼽히기도 한다.

내주 비대위가 출범할 경우 비대위원의 구성에 대해서도 정치권 이목이 쏠린다. 한동훈 비대위의 ‘시그널’을 알리는 첫 성적표이기 때문이다. 야당과의 소통, 여야 ‘신당 창당’ 추진 속 인물 포용 능력도 그가 보여줘야 할 능력으로 거론된다. 이외에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야당의 특검 공세와 비대위 차원의 총선 전략 수립 등은 한 장관이 풀어내야 할 숙제다.

이번 총선은 한 장관의 정치 운명을 가를 시험대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평가에서 탈피해 홀로서기를 할 수 있을지, 보수층을 넘어 중도층까지 외연을 확장하는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성공적인 비대위 운영으로 여당의 총선 승리를 이끈다면 한 장관은 여권의 대표 대권주자로 입지를 완전히 굳히게 된다. 반대로 총선에서 제1당 탈환에 실패한다면 패배 책임은 총선을 지휘한 한 장관에게 쏠릴 수밖에 없고, 대권 주자로서의 존재감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전국위의 의결을 거쳐 당 대표권한대행이 임명한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비공개 최고위를 열고 오는 26일 전국위 개최안을 의결했다. 전국위는 오는 26일 오전 10시 비대면으로 개최되며, 비대위 설치와 한동훈 비대위원장 임명 안건을 ARS(자동응답시스템)로 투표한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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