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산은법 개정·100% 기능 이전 ‘투트랙’ 접근 필요 [리뉴얼 부산]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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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산업은행 부산 이전

윤 대통령 대선 공약 채택 뒤 적극 추진
지난해 이전 공공기관 고시 등 성과도
민주당 미온적 태도에 개정안 처리 미적
금융위도 산은법 개정 우선 논리로 선회
일부 기능 잔류하는 ‘반쪽 이전’ 우려도
총선 앞두고 정치권 극적 합의 가능성도
최종 승인 주체 ‘지방시대위’ 역할 중요

대한민국 균형발전의 핵심이자 동남권을 새로운 경제 축으로 성장시킬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 지난해 부산 이전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는 등 소기의 성과가 있었던 만큼 올해는 본점 소재지를 서울로 규정하고 있는 한국산업은행법을 개정하고 100% 기능 이전을 못박을 이전 계획안 승인 절차를 마쳐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산은법 개정 속도전 필요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 가지는 의미는 부울경에 한정된 경제 발전이 아니다. 부산을 필두로 한 동남권, 호남까지 이어지는 남부권, 대구·경북까지 포함되는 영남권 전체가 수도권 일극주의로 병들어 있는 만큼 이들을 다시 살리기 위한 응급 조치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1월 15일 대선 후보 시절 부산을 찾아 10대 공약 중 하나로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약속했다. 20대 국회에서 당시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이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옮기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2차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논의가 무르익지 않은 터라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거대 정당 대선 후보가 이러한 카드를 꺼내 들면서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국민의힘은 당시 윤 대통령 후보에 발맞춰 즉각 본점 위치를 ‘서울특별시’로 규정하고 있는 한국산업은행을 바꾸기 위한 개정안을 발의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는 110대 국정과제에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포함시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로는 정부가 본격적으로 산업은행 이전을 위한 행정 절차에 착수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2월 본점 이전을 위해 정책 금융 역량 강화 방안 마련 컨설팅 용역에 나섰으며 세 달 뒤인 5월에는 정부가 산업은행을 부산 이전 공공기관으로 고시했다. 이후 7월에는 산업은행 상급 기관인 금융위원회가 국회에 ‘모든 조직과 기능 100% 이전’ 방침을 보고했다.

중앙당의 미온적인 태도에도 부울경 더불어민주당은 산업은행 본점 위치를 ‘부산 금융중심지’로 하는 법안을 발의하며 지원 사격에 나서기도 했다.

이제 남은 관건은 불과 다섯 달도 채 남지 않은 21대 국회에서 본사 소재지를 바꾸는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여야의 극한 대치로 인해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지만 4·10 총선에서 부산·울산·경남이 캐스팅보트로 떠오르는 만큼 극적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결국 부산 지역 정치권이 총력을 다해 여야 지도부와 수도권을 적극 설득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계획안 승인으로 행정 마무리

산업은행이 부산 이전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행정 절차도 9부 능선을 넘은 상태다. 이제는 산업은행의 완전한 기능 부산 이전을 담은 이전 계획안 승인만이 남아 있다.

산업은행 이전 계획안은 앞서 진행된 ‘한국산업은행 정책금융 역량 강화를 위한 컨설팅’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산업은행이 작성해 금융위원회의 중간 승인 단계를 거치게 된다. 이후 지방시대위원회에서 심의, 의결해 최종적으로 승인 절차를 마치게 된다.

당초 정부는 산업은행법 개정과 별개로 이전 계획안 승인 등 부산 이전과 관련한 행정절차를 지난해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대표적으로 금융위원회 김주현 위원장은 지난해 국회에서 “(부산 이전 계획안 승인)목표대로 연내 마치겠다”며 이전 계획안 승인 처리를 자신해왔다.

하지만 돌연 작년 연말 산업은행법 개정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산업은행 본점 소재지가 서울로 돼 있는 만큼 이전 계획안을 수립, 승인하더라도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위가 이전 계획안 승인을 늦출 경우 이미 확정한 100% 기능 이전에서 후퇴될 수 있다. 여야와 금융당국이 산업은행 이전에 대한 강한 반대 여론 형성돼 있는 수도권을 의식해 당초 확정한 완전한 이전에서 일부 기능을 잔류하는 반쪽짜리 이전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에 이제는 국회의 산업은행법 개정과 별도로 이전 계획안 승인 절차를 마무리하는 투트랙 전략을 실행해야 할 단계다. 금융위가 민주당의 반대 여론을 의식해 자체적으로 승인 절차를 밟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이전 계획안 최종 승인 주체인 지방시대위원회가 역으로 요청, 그 부담을 덜 수 있다. 윤 대통령도 지난달 19일 산업은행법 개정안을 콕 집어 “국회 의결을 기다리는 많은 경제 관련 법률들의 조속한 제개정을 당부드린다”고 밝힌 바 있는 만큼 지방시대위원회의 협조도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 부산 국민의힘에서는 이 같은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역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부산 이전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행정절차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다수 있다”면서 “아직 100% 이전을 확정하지 않아 지자체와 정치권, 시민사회가 바짝 긴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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