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6년 만의 영수회담…한국 정치 '복원의 길' 열리나
윤 대통령-이재명 대표 29일 오후 2시 첫 회동
2018년 4월 문재인-홍준표 단독회담 이후 처음
"1회성 이벤트 보다는 신뢰회복 출발점 삼아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 영수회담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두 사람은 29일 오후 2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2022년 5월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단독 회동을 갖는다. 회담은 차담(茶談)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여야의 실질적인 1인자들이 만나는 영수회담은 2018년 4월 문재인 대통령과 홍준표(현 대구시장) 자유한국당 대표의 만남 이후 무려 6년 만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이어져 온 여야 간 첨예한 대치 국면이 해소될 지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영수회담이 1시간 정도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양 측은 대화 분위기에 따라 만남의 시간이 보다 길어질 수 있다고 본다.
민주당은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및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 도입, 그리고 윤 대통령이 각종 쟁점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데 대한 사과 등을 의제에 올리라고 압박한 바 있어 실제 회담에서 이 대표가 이런 요구들을 꺼내놓을지 주목된다.
이 대표는 또 총선 공약으로 내세운 민생회복지원금(국민 1인당 25만 원) 지급도 요청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소득 수준과 형편에 관계 없이 모든 국민에게 현금을 똑같이 나눠주는 방식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 온 만큼, 윤 대통령이 수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다만 대통령실은 저소득층을 비롯한 취약계층을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에는 여지를 두고 있어 서로 양보를 하면서 접점을 찾을 수도 있다.
가장 최근 열린 영수회담은 2018년 4월 13일 문재인 대통령과 홍준표 대표의 회동이다.
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단독 회담을 제안했고, 홍준표 대표가 국내정치 전반으로 확대된 회담을 역제안하면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결과적으로 양측 모두 할 말만 하면서 평행선을 달린 소득없는 회담이었다.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야당의 협조를 요청했고, 홍준표 대표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회담은) 북핵폐기를 위한 회담이 되어야 한다', '완전한 북핵폐기 전에 제재 완화는 불가하다' 등의 의견을 전달했으나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내지 못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영수회담 역시 국정현안에 대한 여야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열리기 때문에 실질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여당의 참패로 끝난 4·10 총선 이후 '협치'가 절실한 상황에서 열리는 회담인 만큼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이번 영수회담을 조급하게 성과를 내는 '1회성 이벤트'로 활용하지 말고, 신뢰가 사라진 정치를 복원하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