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채 상병·이태원 특별법… 정국 현안 놓고 신경전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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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15분 동안 작심 발언
민주 "대통령 사실상 거부해”
기존 입장차만 재확인 평가
대통령실 “문제 있어 재논의”
무조건 반대 아니라는 입장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앙 로렌수 앙골라 대통령과 한·앙골라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앙 로렌수 앙골라 대통령과 한·앙골라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29일 첫 양자 회담에서 민감한 정국 현안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이 대표는 미리 준비한 원고를 꺼내들고 15분 동안 작심한 듯 윤 대통령을 몰아붙였다.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대한 유감 표명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수용하라고 직접 요구한 것이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국정 기조 전환을 요구하는 총선의 민의를 존중해 달라”며 “행정 권력으로 국회와 야당을 혹여라도 굴복시키려고 하시면 성공적인 국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나 특검법 등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대해 유감 표명과 함께 향후 국회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약속을 해 주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이며 정중하게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59명 국민이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갔던 이태원 참사, 채 상병 순직 사건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큰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며 “채 상병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윤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방지책, 그리고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한다. 다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에서 영장청구권을 갖는 등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는 취지의 설명을 했다”고 전했다.

반면 민주당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윤 대통령이)독소조항이 있다”며 사실상 거부했다고 밝혔다. 양측이 동일한 사안을 놓고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이 대표가 거부권 행사에 대한 유감 표명을 요구한 데 대해 윤 대통령은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채 상병 특검법 수용을 요청한 데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 대표의 모두발언이 있었지만 이후 (비공개)대화에서 특별히 논의된 건 없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해당 사안에 대한 답변을 사실상 회피한 것으로 해석된다. 회담 전 의제 조율 과정에서도 평행선을 달렸던 점을 고려하면 예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또 양측이 충분한 신뢰를 쌓지 못했고,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독대도 이뤄지지 않아 큰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는 것이 정치권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특히 이 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이번 기회에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면 좋겠다”라며 윤 대통령 면전에서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법 수용을 압박했다. 다만, 비공개 회의에서 김 여사 특검법과 관련한 언급은 더 이상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이 대표 발언을 경청하며 충분한 대화를 나눴다는 점을 강조한 반면, 민주당은 민감한 현안에선 기존 입장차만 재확인했다는 인식을 보였다.

한편 윤 대통령은 김대중 정부에서 민정수석실을 없앴다가 2년 뒤 부활한 사례를 거론하며 민심 수렴과 정부 정책이 현장에서 시행될 때의 문제점 등과 관련한 정보가 부족한 부분이 있음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현 정부 들어 폐지한 민정수석실의 민생·민심 청취 기능을 담당하는 조직 신설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정 쇄신을 위해 사의를 표명한 한덕수 국무총리의 후임 인선도 이날 회담에서는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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