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이전, 기대만큼 경제 활성화 큰 도움 안 돼” [윤 대통령 기자회견]
지역 균형발전 입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9일 현 정부 국정과제이자 비수도권 지자체들의 숙원인 공공기관 2차 이전과 관련, “각 지역의 경제 활동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지역 산업·경제의 특성에 맞춰서 추진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공공기관 이전이 지역 산업과 연결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맞춤형’ 이전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은 “빠른 시일 내에 계획을 짜서 추진할 것”이라고 했지만, 현재까지 진행된 이전 추진 계획의 재검토를 시사하는 발언이라는 점에서 이전이 상당 기간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가진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공공기관 2차 이전 등 지역균형발전 정책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이 지역 맞춤형 이전을 거론한 것은 노무현 정부 시절 이뤄진 1차 공공기관 이전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물론 없는 것보다 공공기관이 각 지역으로 이전하게 되면 도움은 된다”면서도 “그러나 각 지역에서 기대하는 만큼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우선 1차 공공기관 이전 역시 각 지역의 경제·산업적 특성을 고려해 이뤄졌다는 점에서다. 부산의 경우, 해양과 금융, 영화·영상 세 가지 특화된 분야에 맞춰 관련 공공기관이 이전했고, 현재 분야별 혁신도시가 형성돼 있다. 물론 20년의 세월 동안 일부 환경적 변화가 있을 순 있지만, 전면적인 재조정은 오히려 기존에 조성된 혁신도시의 집적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1차 이전의 효과에 대해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부정적으로 봤지만, 1차 이전의 효과에 대한 평가는 이전 문재인 정부에서 이뤄졌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때부터 120대 국정과제에 2차 이전을 포함하는 등 지속적으로 추진 입장을 보여왔다. 2022년 12월에는 현 지방시대위원장인 우동기 당시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이 “360개 공공기관에 대해 빠르면 2023년 하반기에 이전하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4·10총선이 다가오자 여권 내에서는 공공기관 2차 이전을 수도권 선거의 악재로 보면서 태도 변화를 보였고, 결국 이전 기관의 반발, 지역 간 갈등 등을 이유로 ‘총선 이후 추진’으로 속도를 늦췄다. 여기에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까지 나오면서 공공기관 2차 이전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상당히 퇴색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만약 정부가 2차 이전 추진을 재검토하려 할 경우 KDB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부산 정치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완승으로 산은 부산 이전의 관건인 산업은행법 개정안 처리가 한층 어려워진 만큼 민주당이 찬성하는 공공기관 2차 이전을 고리로 산은 이전을 끌어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공기관 2차 이전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산은 이전을 ‘선도 과제’로 추진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에 대해 “대선후보 시절에 얘기했던 3가지 원칙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며 △지방의 재정자주권·정책결정권 보장 △지역 스스로 비교우위 사업 발굴과 중앙정부의 규제 완화 및 재정 지원 △전국 모든 지역의 공정한 접근성 보장을 언급했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은 총선 전 각 지역을 순회하며 실시했던 민생토론회와 관련, “24번의 민생토론을 하고 2차례의 점검회의를 해서 약 244개의 과제를 점검했다”며 “후속 조치 추진 상황을 대통령실과 총리실이 꼼꼼하게 점검하고 있다. 절대 빈말이 되는 민생토론회가 되지 않도록 잘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아직 가지 못한 경북·전북·광주·제주 지역에 대해 이르면 내주부터 민생토론회를 재개할 예정이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