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려 막기도 한계… 가계·기업 대출 연체 위험수위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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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가 부른 ‘연체의 늪’

부산은행 1분기 연체율 0.62%
2020년 2분기 이후 가장 높아
연체 금액도 3765억 원 최다
고금리·고물가에 부동산 침체
코로나19 자금 지원 중단 여파

고금리가 이어지며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대출 연체액이 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은행에서 1개월 이상 연체된 개인사업자(소호) 대출 총액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1조3천560억원에 달했다. 사진은 8일 서울 시내에 붙은 대출 전단지. 연합뉴스 고금리가 이어지며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대출 연체액이 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은행에서 1개월 이상 연체된 개인사업자(소호) 대출 총액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1조3천560억원에 달했다. 사진은 8일 서울 시내에 붙은 대출 전단지. 연합뉴스

고금리 장기화로 은행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연체의 늪’에 가계와 기업이 허덕이고 있다. 올해 1분기 부산 지역은행의 중소기업, 가계 대출 연체율이 코로나19로 경기 침체가 시작되던 2020년 상반기 수준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불황 속에 기업, 가계의 부채 상환 여력이 한계에 달한 현상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며 ‘경기 침체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2일 BNK부산은행에 따르면 부산은행의 올해 1분기(1~3월) 가계와 기업의 연체율을 더한 총 연체율은 0.62%를 기록했다. 연체율은 1개월 이상 이자·원금 등을 갚지 못하는 금액 비율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 경기 침체로 가계·기업 대출 연체율이 치솟았던 2020년 1분기와 2분기 각각 0.66%, 0.68%를 기록한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다. 총 연체 금액은 3765억 원으로 2020년 2분기 2928억 원보다 700억 원가량 높다.

연체율은 미국 발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던 지난해 1분기(0.33%)부터 상승 곡선을 그렸고 지난해 4분기 0.48%에서 3개월만에 0.14%가 올랐다.

부산은행은 지역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높은데,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76%를 기록했다. 2020년 1, 2분기 0.83%와 0.87%를 각각 기록한 이후 가장 높다. 올해 1분기 중소기업 연체액은 2722억 원으로 2020년 1분기 연체 금액 2160억 원보다 600억 원가량 늘었다. 중소기업 연체율은 2020년 2분기 0.87%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2023년 2분기까지 3년간 0.2~0.3%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분기별 연체율이 상승 곡선을 그렸고 4분기 0.52%를 기록해 처음 연체율 0.5%를 넘었고 올해 3개월 만에 0.24%가 치솟았다. 연체가 높은 업종은 부동산·임대업, 제조업, 도소매업, 숙박·음식업 순으로 나타났다.

가계 연체도 코로나19가 본격화되던 2020년을 상회했다. 올 1분기 가계 대출 연체율은 0.49%로 지난해 2분기 0.44%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연체 금액은 938억 원인데 2020년 이후 가계 연체액이 처음 900억 원대에 진입했다. 코로나19 당시 저금리로 대출을 했던 가계가 고금리·고물가 국면 속에 채무 상환을 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연체율 급등은 코로나 발 경기 둔화로 중소기업·가계가 지난 3년간 대출을 늘렸지만 코로나19 관련 지원 등이 순차적으로 끊기면서 발생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1분기 신규로 취급한 중소기업 신용대출(1~3등급) 평균 금리는 4.98~6.98%로 지난해 같은 기간(4.72%~6.28%)보다 높게 형성되며 점차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타 지역보다 부산의 경기 침체 정도는 심각한데, 부산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액은 지난해 1분기보다 130.2% 늘어났다. △광주은행은 71.9% 증가한 746억 원 △전북은행 68.3% 증가한 1192억 원 △경남은행은 43% 증가한 1151억 원 △대구은행은 12% 증가한 2537억 원으로 나타났다. 당초 올해 상반기 중 금리 인하가 예상됐으나, 금리 인하 시점이 사실상 미뤄지면서 가계와 중소기업의 ‘돈줄’을 옥죄고 있는 실정이다. 빚을 갚기 위해 또 다른 빚을 내거나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을 찾는 악순환도 노골화되고 있다.

부산상의 심재운 경제정책본부장은 “국내 경기가 반도체, 이차전지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부울경 기반 산업의 회복은 더디고 이러한 현상이 직접적인 기업, 가계 연체율로 드러난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한 정부 정책자금 지원도 종료가 되고 있고 지역 부동산 경기마저 안 좋다 보니 기업이 부동산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도 어려워 체감 경기는 코로나19 때만큼 최악일 것이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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