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지역인재전형만 늘린다고 지역의료 공백 못 메운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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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고교 출신 선발 대폭 확대
혜택 받고 의대 입학하면 그뿐
지역에 남을 의무·유인책 없어
일정 기간 지역 복무 의무화해야
22대 국회 지역의사제 법제화를
필수의료 중심 수련 제도 필요

제주대 의대 학생들이 27일 오전 대학본부 내 교수평의회 회의장 앞에서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대 의대 학생들이 27일 오전 대학본부 내 교수평의회 회의장 앞에서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역 고교를 나온 인재를 지역 의과대학에서 일정 비율 이상 뽑는 지역인재전형이 대폭 확대된다. 지역 출신 인재의 지역 의대 졸업 비율을 높여 지역 정착을 유도하는 제도지만, 정작 지역 의무 근무 조항은 없어 ‘빛 좋은 개살구’라는 평가다. 의대 재학 중 장학금을 지급하는 대신 지역 의무 복무 조항이 있는 ‘지역의사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7일 부울경 지역 각 대학에 따르면 2025학년도 의대 학생 선발 인원은 총 711명으로 이 중 65.7%인 467명을 지역인재전형으로 뽑는다. 부산대는 163명 중 113명을, 동아대는 100명 중 70명, 인제대는 100명 중 55명, 고신대는 100명 중 60명을 지역인재전형을 통해 선발한다.

지난해 입시와 비교해 모두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율을 대폭 높였다. 정부가 비수도권 대학의 의대 입학 정원을 확대하면서 선발 인원의 60% 이상을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하라고 권고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지역인재전형은 지역 출신 인재의 지역 정착을 노린 제도다. 하지만 앞서 이 제도를 도입한 부산대 등 대학조차도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지역인재전형 출신 학생의 지역 정착률을 파악하지 않고 있어, 이들이 얼마나 지역에 정착했는지 알 수 없다.

의료계는 향후 수도권에 수천 병상이 더 늘어날 예정인 만큼, 지역인재전형으로 지역 의대에 입학한 학생들이 앞으로 수도권으로 떠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지역 출신이라는 혜택을 받고 지역 의대에 입학했지만, 정작 지역에 남을 이유나 유인은 하나도 없는 셈이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운용 부산경남지부 대표는 “지역인재전형은 입시 전형의 하나일 뿐 지역 의사 정착과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대표는 “지역인재전형이 아닌 최소 10~12년 정도 지역 복무를 의무화한 지역의사제 도입이 꼭 필요하다”면서 “지역의사제 시행과 함께 지역 공공의료원과 수련을 연계해 지역의사제 출신 의사들이 지역사회에서 공공의료를 실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의사제를 통해 키워낸 의사가 필수의료가 무너진 지역 의료현장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필수의료를 중심으로 수련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일본 오키나와현의 지역정원제(지역의사제) 사례를 보면 지역정원제 출신 의사가 특정 진료과의 전문성을 갖기 위한 수련보다,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를 중심으로 수련한다. 필수의료 ‘멀티 플레이어’로서 지역에서 1차 의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의사를 키워내는 방식이다.

한국 최초로 지역의사제 도입을 선언한 경상국립대의 경우 2025학년도 입시부터 지역의사전형을 도입하려고 했지만, 관련 법 미비로 올해는 지역인재전형 선발로 만족하는 상황이다. 경상국립대는 2026학년도 입시에서 지역의사전형 도입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부산대 의대 예방의학과 윤태호 교수는 “지역인재전형이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지역의사제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더 확실한 방법이다”며 “22대 국회에서 지역의사제법 통과가 꼭 필요하다. 당장 법 통과가 어렵다면 지역 수련병원에 배정되는 전공의 숫자를 대폭 늘려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된 학생들이 지역 수련병원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제도 보완이 필수적이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또 “향후 지역의사제를 시행하더라도 정부가 지역의료에 과감한 재정 투자에 나서 수도권과 의료 격차를 줄여야 한다”면서 “의료는 자유시장경제 방식이 아닌 시장 실패 영역이라고 전제하고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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