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발등의 불 꺼졌지만 국회서 예고된 재점화
여, 새 국회 개원까지 시간 벌어
공수처 수사 결과에 기대감 표시
야, 의원 임기 첫 처리 사안 예고
여론전 강화하며 대여 압박 나서
‘채 상병 특검법’이 21대 국회에서 결국 폐기됐지만 여야의 공방은 22대 국회로 이어질 전망이다. 야당은 채 상병 특검법을 22대 국회 최우선 현안으로 처리하겠다며 압박에 나섰다. 반면 여당에선 22대 국회에서 새로운 특검법이 처리되기까지 시간을 벌었다는 반응이다. 여당은 새 특검법 처리 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 결과를 내놓을 경우 여론이 바뀔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이 부결되자 야당은 강력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등은 이날 재표결 직후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규탄대회에서 “국민은 오늘을 한 줌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국민의 목소리를 짓밟은 최악의 의회 참사의 날로 기억할 것”이라며 “재표결을 촉구했던 국민의 목소리를 집권여당은 철저하게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22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해병대원 특검법을 재추진하겠다”면서 “부당한 지시를 내린 책임자가 누구인지 밝혀내겠다”고 강조했다.
조국혁신당도 채 상병 특검법을 22대 국회 최우선 법안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이날 특검법 폐기 직후 논평에서 “22대 국회 여섯 야당에 제안한다”면서 “채 상병 특검법을 22대 국회 첫 번째 통과 법안으로 만들자”고 주장했다. 황 원내대표는 “조국혁신당은 22대 첫 의총에서 (채 상병 특검법을) 당론으로 채택하겠다”면서 “다른 야당도 당론으로 채택하시길 제안드린다. 22대 국회에서 달라진 국회의 모습을 야당이 함께 보여주자”고 밝혔다.
개혁신당 허은아 대표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특검법이 끝내 거부권의 벽을 넘지 못했다”면서 “상식과 양심이 있다면, 이럴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허 대표는 “본회의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은 역사의 법정이 심판할 것”이라며 “개혁신당은 특검을 재추진하는 것은 물론, 채수근 상병의 죽음의 진실을 밝히는 행동에 어느 정당보다 적극적으로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여권은 이날 재표결에서 이탈표 단속에 성공하면서 한숨 돌린 모양새다. 특히 대통령실이 특검법 폐기에 대해 안도하는 모습이다. 현재의 의석 구도로 볼 때 특검법이 가결될 가능성은 낮았지만 여당의 이탈표가 예상을 넘어설 경우 향후 국정운영에 있어서 상당한 부담이 생길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국민의힘도 이날 재표결에서 이탈표 단속에 성공하면서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 특히 신임 원내지도부가 ‘장악력’을 드러내면서 전당대회까지 당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게 됐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이날 야당에서 이탈표가 나왔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날 본회의 출석 의원 중 야권 성향은 민주당 155석을 포함한 179석이다. 여권 성향은 국민의힘 113석에 자유통일당·무소속 2석을 더한 115석이다. 무기명 투표인 탓에 해석이 분분하지만, 찬성 표결을 예고한 여당 의원 5명이 찬성 또는 기권표를 던졌다면 되레 범야권 179명 중 이탈 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 표결에 앞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 의원총회에서도 부결 당론에 대한 반대 의견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위기를 넘긴 국민의힘은 일단 공수처 수사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공수처 수사에서 대통령실 개입이 없었다는 결론을 낼 경우 특검을 추진할 명분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공수처가 수사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특검을 하자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공수처 수사에서) 혐의가 나오지 않았느냐 하고 (특검법을) 제기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선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정숙 여사에 대한 특검을 추진하자는 주장도 다시 나왔다.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시민사회단체에서 김정숙 여사에 대해 고발 조치를 했지만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소속을 접한 바 없다”면서 “이거야말로 특검 대상”이라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