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에 주도권 내줄라… 부산·경남도 통합안 9월 발표 ‘속도’
당초 올해 연말 계획 앞당겨
이르면 다음 달 중간 보고회
내년 주민투표 등 통해 결정
TK 급진전에 위기의식 작용
부산시와 경남도가 오는 9월까지 양 시도 간 통합모델을 제시하기로 하는 등 행정통합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2년 뒤인 2026년 7월 통합자치단체 출범을 못 박고 나서는 등 대구·경북(TK) 행정통합이 급물살을 타면서 통합에 따른 행정·경제적 효과를 선점당하는 것은 물론, 대한민국 제2 성장축 구축이라는 부산·울산·경남(PK) 미래 전략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조치로 풀이된다.
6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와 경남도는 당초 올해 연말로 예정했던 부산·경남 행정통합안 발표를 오는 9월로 앞당기기로 했다. 두 지자체는 또 행정통합안 발표에 앞서 이르면 다음 달 중간 보고회를 열 계획이다. 이에 따라 통합안에 대한 윤곽도 다음 달이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연구원과 경남연구원은 지난 3월부터 양 지자체 행정통합의 타당성과 기대 효과, 실현 가능성을 검증하고, 최적의 통합 모델을 수립하기 위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부산과 경남이 그간 지지부진했던 행정통합 논의에 가속도를 붙이고 나선 일은 대구·경북 통합 논의가 급진전되면서 선제적으로 통합 깃발을 들었던 PK가 통합 주도권을 TK에 내주는 것 아니냐는 위기 의식이 작용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20일 홍준표 대구시장의 SNS 게시글을 통해 촉발된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는 윤석열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 지시로 중앙정부까지 가세하면서 숨 가쁘게 전개되고 있다. 홍 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과 논의를 거쳐 다음 지방선거로 선출되는 새로운 지자체장이 취임하는 2026년 7월 1일에 통합자치단체를 출범시키는 방안에 합의했다.
정부는 대구·경북 통합이 행정체제 개편의 선도 사례가 될 수 있도록 ‘범정부 통합지원단’을 구성해 통합의 직·간접적 비용을 지원하고, 행정·재정적 특례를 부여하는 등 지원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홍 시장은 지난 1일 페이스북을 통해 “도를 폐지하고 전국을 통폐합해 40여 개 크고 작은 지방자치단체로 만들어 국가와 2단계 행정조직으로 만드는 시범 사업이 대구·경북 통합특별시 구상”이라며 “대구·경북특별시는 한반도 제2의 도시가 되고 대한민국은 서울과 대구를 중심축으로 발전하게 된다”고 했다.
대구·경북이 행정통합 로드맵을 구체화하는 것은 물론, TK를 거점으로 대한민국 제2 중심축을 만들겠다는 비전까지 제시하고 나서면서 부산·경남으로서도 더 이상 강 건너 불구경 할 수만은 없는 처지가 됐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지난달 27일 “전국적인 이슈를 선점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인 만큼 부산시가 행정통합에서 선제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경남도와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오는 9월 행정통합안이 나오는 대로 시민 공청회 등을 통해 통합 구상과 기대 효과, 실행 방안 등에 대해 설명하고, 내년 주민투표나 여론조사 등을 통해 통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두 지자체는 행정통합에 있어 무엇보다 시도민들의 의견 수렴이 최우선돼야 한다는 기조는 분명하게 고수하고 있다.
부산시 김봉철 행정자치국장은 “지난해 실시된 부산·경남 시도민 여론조사의 경우 통합에 따른 행정·경제적 기대 효과 등에 대한 이론적 검토와 시민 홍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뤄진 측면이 있다”며 “대구·경북 통합 논의로 부산·경남 민심에도 기류 변화가 읽혀지는 만큼 치밀한 전략을 토대로 보다 속도감 있게 통합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