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철도 역명 부기, 부산은 서면역도 안 팔린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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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역명에 붙여 쓰는 이름 유상 판매
서울 강남역에 병원명 붙이는 데 11억
전국 8위 서면역 여지껏 팔린 적 없어
대기업 홍보의 장 된 서울·인천과 대조

서울 도시철도 부기 역명이 역대 최고가를 갈아 치우며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지만, 이용객 수와 유동 인구에서 ‘전국구’ 역으로 손꼽히는 부산 도시철도 서면역은 2008년 부산교통공사가 부기 역명을 판매한 이후 한 번도 주인을 찾지 못했다. 승강장 역명 표지판에 부기 역명이 표시돼 있지 않다. 이재찬 기자 chan@ 서울 도시철도 부기 역명이 역대 최고가를 갈아 치우며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지만, 이용객 수와 유동 인구에서 ‘전국구’ 역으로 손꼽히는 부산 도시철도 서면역은 2008년 부산교통공사가 부기 역명을 판매한 이후 한 번도 주인을 찾지 못했다. 승강장 역명 표지판에 부기 역명이 표시돼 있지 않다. 이재찬 기자 chan@

최근 서울교통공사가 실시한 도시철도 부기 역명 유상 판매 입찰에서 강남역이 11억 1000만 원, 성수역이 10억 원에 팔려 나가며 역대 최고가를 갈아 치웠다. 반면 부산 도시철도 부기 역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특히 전국적인 수준의 이용객 수와 유동 인구를 자랑하는 부산 도시철도 서면역은 부기 역명 유상 판매 사업이 시작된 2008년 이후 한 번도 판매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기업 본사가 몰려 있는 서울과 달리 부산에는 부기 역명을 사용할만한 기업이 없는 ‘씁쓸한 현실’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용객 전국 8위인데 계약은 ‘제로’

3일 부산교통공사와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이들 기관은 만성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부기 역명 유상 판매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 사업은 기업, 공익 시설, 학교, 관공서, 병원, 다중이용시설 등을 대상으로 3년 동안 사용료를 받고, 정식 역명 이외에 역명 부기를 허용하는 것이다. 부기 역명은 승강장과 출입구 폴 사인, 노선도 등에 표기되며, 하차 안내 방송 때도 음성 송출된다.

교통공사는 용역을 통해 역별 이용객 수, 유동 인구, 출입구 수, 주변 상권 변화 등을 고려한 입찰 기초 가격을 산정하고, 이를 토대로 입찰 예정가(최저 입찰가)를 정한 뒤 입찰한다. 3년 계약이 원칙이고 같은 조건으로 3년간 재개약이 가능하다. 이용객 수와 유동 인구가 많을수록 홍보 효과가 좋아 입찰 예정가는 높아진다.

서울교통공사가 최근 10개 역에 대한 부기 역명 입찰을 진행한 결과, 지난달 2호선 강남역이 입찰 예정가 8억 6100만 원보다 높은 11억 1000만 원에 하루플란트치과의원, 2호선 성수역이 10억 원으로 CJ올리브영에 팔렸다. 5호선 여의나루역은 유진투자증권에 2억 2200만원에 낙찰됐다. 서울 부기 역명 판매 기존 최고액은 2·3호선 을지로3가역(8억 7000만 원)으로 신한카드가 2022년부터 사용 중이다.

서울의 부기 역명 ‘흥행’과 달리 부산의 실적은 저조하다. 부산교통공사에 따르면 부기 역명 판매 대상인 부산 도시철도 전체 109개 역 중 판매된 역은 21곳에 불과했다. 부산을 대표하는 서면역은 2008년 부산교통공사가 부기 역명 유상 판매 사업을 실시한 이후 한 번도 판매된 적이 없었다.

서면역은 하루 이용객(지난해 기준)이 전국 도시철도 역(921개) 가운데 8위(11만 7004명)인 ‘전국구’ 역이다. 2021년 SK텔레콤이 하루 유동 인구, 월 매출액을 기준으로 분석한 상권 분석에서도 서울 압구정역, 강남역, 신사역, 논현역에 등에 이어 6위를 차지했다. 특히 하루 이용객 수가 훨씬 더 적은 서울 성수역(7만 8018명·29위)이 최근 상권 발달과 유동 인구 증가를 이유로 10억 원에 판매된 점은 여전히 부기 역명이 ‘백지’인 서면역과 대조를 이룬다. 서면역의 기초 가격은 3억 6000만 원이다.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부산에는 대기업 본사가 거의 없고, 지사와 지점만 있어 부기 역명을 이용한 홍보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거나 결정권도 없다. 결국 변변한 기업이 없기 때문이지 않을까 한다”고 진단했다.

■서울은 대기업들 ‘홍보의 장’

부산의 부기 역명 21곳 중 기업에 판매된 곳은 법무법인대륜역(2호선 센텀시티역)과 아트몰링역(1호선 하단역) 등 2곳에 불과하다.

반면 서울 도시철도 부기 역명은 인기와 기업 판매 비중에서 부산과 큰 차이를 보였다. 서울교통공사는 전체 275개 역 중 일부만 부기 역명으로 입찰을 하는데 2021년 3개, 2022년 50개, 지난해 30개, 올해 10개 역이 대상이다. 이 중 현재 39개 역이 판매된 상태다.

판매된 역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곳은 기업(18곳)으로, 은행과 건설사, 증권사, 화장품 회사, 식품 회사 등 유수의 기업들이 포진하고 있다. 대학은 8곳, 병원은 대형 병원과 대학 병원 등 13곳이었다.

기초 가격이 가장 낮은 곳은 8호선 복정역으로 9300만 원, 최고는 2호선 강남역으로 8억 6100만 원이었다. 강남역은 이번에 역대 최고가에 팔렸으며, 가장 싸게 팔린 역은 신구대학교 부기 역명이 붙은 8호선 단대오거리역(1억 1000만 원)이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대부분 경쟁 입찰이 이뤄져 최저 입찰가보다 높은 수준에서 계약된다”고 밝혔다.

유상 판매 사업 첫해인 2016년 7억 4000만 원에 불과했던 서울교통공사의 부기 역명 판매 수익은 2022년 43억 2000만 원까지 크게 늘었다. 지난해 36억 4000만 원으로 다소 줄었지만, 올해는 강남역과 성수역 등의 ‘대박 계약’ 체결로 수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 확장 효과로 6대 광역시 중 유일하게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인천도 부기 역명 유상 판매가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교통공사에 따르면, 1, 2호선과 7호선 등 전체 68개 역 중 39개 역의 부기 역명이 유상으로 사용되고 있다. 병원이 22곳으로 가장 많지만, 서울에서 인천으로 본사를 이전한 포스코건설(1호선 센트럴파크역)과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송도점(1호선 테크노파크역), 스퀘어원(1호선 동춘역) 등 대형 복합 쇼핑시설을 비롯해 연세대국제캠퍼스(1호선 캠퍼스타운역), 로열파크씨티(2호선 독정역) 등 대학, 대형 아파트 단지 등이 부기 역명으로 사용되고 있다.

인천교통공사 관계자는 “아직 서울처럼 경쟁이 치열하거나 낙찰가가 높지는 않지만, 부기 역명 판매 수익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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