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덥고 길어지는 여름, 해수욕장 개장 늘려야
부산 해수욕장 폐장 이후에도
국내외 피서객 꾸준히 찾아와
더위 지속·서핑 등 성행 영향
개장 기간 연장 조치 고려해야
지난달 31일 부산 지역 해수욕장이 일제히 폐장했는데도 그에 아랑곳없이 방문객들이 밀려들고 있다. 자국에서 해수욕장 개장 기간이 따로 없이 바다를 즐겨온 외국인 방문객들은 밤낮없이 해변을 찾고 있다. 기후변화 등으로 폭염이 기승을 부리며 여름이 길어졌고, 서핑보드나 어싱(맨발 걷기) 등 바다를 즐기는 트렌드도 다양화한 때문으로 보인다.
시민들은 물론 부산시와 해수욕장 보유 각 지자체에서 해수욕장 운영 기준을 새로 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강하게 일고 있다. 통상 부산 해수욕장들은 6월 1일 조기 개장하는 일부를 빼고 매년 7월 1일부터 8월 말까지 개장하며 이 기간 매일 오전 9시에 문을 열어 오후 6시까지 입수를 허용해왔다.
부산 각 해수욕장에는 폐장 이후인 이달에도 방문객 발걸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부산일보〉 취재진이 3일 오후 해운대해수욕장을 비롯한 부산 해수욕장을 확인한 결과, 여전히 해수욕을 즐기는 피서객들이 적지 않았다.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엄아윤(28) 씨는 “폐장됐다고 해서 못 들어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사람도 많고 물이 차갑지 않아서 바다에 들어갔다 왔다”고 말했다.
해수욕장 상인들을 상대로 확인해도 ‘지각 피서’ 분위기는 감지된다. 해운대 구남로번영회 장영국 회장은 “보통 8월 15일이 지나면 수온이 떨어져 입수가 어려운데 올해는 9월에도 사람들이 계속 입수하고 있다”며 “지난 주말 하루 3000명 정도 해운대해수욕장을 찾고 입수자만 200~300명 봤다”고 전했다.
폐장 후에도 해수욕장으로 피서객들을 불러모으는 주요 요인은 폭염이 꼽힌다. 올여름 부산에는 폭염특보가 무려 47일간 발효됐고 지난 2일 폭염특보 해제 이후에도 당분간 30도가 넘는 날씨가 이어질 전망이다.
해수욕장 트렌드 변화도 상시 방문객 증가 이유로 지목된다. 송정해수욕장은 서핑 해변으로, 광안리해수욕장은 패들보드 마니아 등이 찾는 해수욕장으로 변모했다. 다대포해수욕장은 ‘어싱 성지’로 급부상했으며 송도해수욕장은 케이블카 등 시설 덕분에 연중 방문객이 찾는 해수욕장이 됐다.
외국인도 부산 해수욕장 풍경을 바꾸는 데에 일조하고 있다. 올여름 해운대해수욕장에는 한때 외국인과 내국인 방문객 비중이 엇비슷하다는 집계도 나왔다. 외국인들은 야간에도 바다로 뛰어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안전요원들이 야간 해수욕을 즐기는 외국인을 제지하는 풍경도 이제 흔하다.
이에 부산 해수욕장도 기후변화 등에 발 맞춘 유연한 운영 방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부산 해수욕장은 운영 기준 변화가 거의 없었다. 예외적으로 해운대해수욕장이 2011년부터 6월에 조기 개장을 공식화하는 등 일부 조정이 이뤄졌다. 뒤이어 송정해수욕장이 조기 개장에 동참했다.
타 지역에서는 이미 개장 기간을 연장한 해수욕장도 있다. 인천 왕산, 을왕리, 하나개 3곳 해수욕장은 늦더위에 맞춰 이달 8일까지 개장 기간을 연장했다. 서울에서는 8월 18일 폐장하던 한강 수영장과 물놀이장을 내년부터 8월 말까지 연장 운영한다.
부산시 관광정책과 관계자는 “여름이 길어지면서 해수욕장 운영 기간 연장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다. 시와 지자체, 유관 기관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김성수 해운대구청장도 “해수욕장 기간 연장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