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문중원 기수 사건’ 항소심, 1심 무죄 뒤집고 징역형
조교사 선발 과정 공정성 상실
전 경마처장에 징역 10개월형
조교사엔 징역 8개월 집유 2년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조교사 개업 심사에서 특혜를 주고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국마사회 간부와 조교사가 무죄 판결을 받은 1심과 달리 2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019년 스스로 세상을 등진 문중원 기수가 해당 심사에 비리가 있었다는 유서를 남긴 지 약 5년 만이다.
부산지법 형사항소 2-1부(부장판사 계훈영)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한국마사회 부산경남본부 전 경마처장 A 씨에게 징역 10개월, 조교사 B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에서는 전원 무죄가 나왔으나 지난 12일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는 이런 결과가 뒤집혔다. 함께 기소된 조교사 C 씨만 1심과 같은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은 2019년 조교사 개업 심사를 앞두고 심사위원장인 A 씨가 조교사 B 씨와 C 씨 발표 자료를 미리 검토한 사실을 파악해 이들을 기소했다. 2021년 1심 재판부는 “지시에 따라 발표 자료를 보완했단 증거가 없고, 검토 시기엔 (조교사 개업)심사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피고인 전원에 무죄를 선고했다. 도덕적, 윤리적으로 부적절할 순 있어도 업무방해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달리 판단했다. 당시 조교사 1명이 정년 퇴임을 앞둬 2019년 초 조교사 개업 심사가 예정됐고, 임기상 A 씨가 인사 이동 없이 심사위원장으로 참여할 사실을 예상했다고 봤다. A 씨가 회사 계정이 아닌 외부 이메일로 B 씨에게 발표 자료를 받은 뒤 보완 지시를 내렸고, 관련 SNS 내용과 이메일 등을 삭제하라고 시킨 사실도 확인됐다.
재판부는 2018년 심사에서 최하위인 5위를 차지한 B 씨 발표 자료는 당시 7쪽이었는데, 검토를 받은 이듬해엔 18쪽에 걸쳐 마필 보유·자금 운용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담았다고 판단했다. A 씨가 C 씨와 B 씨에게 1~2등인 19점과 17점을 줬고, 3등은 5점 차이가 나는 12점을 준 사실도 드러났다. C 씨는 발표 자료를 검토받은 데다 문 기수 사망 이후 휴대전화를 갑자기 교체했지만, 발표 자료를 수정한 구체적인 증거가 없는 데다 기존 실력과 비교할 만한 자료도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공기업 심사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현저히 저해하고, 다른 지원자들이 공정한 선발을 받을 기회를 박탈했다”며 “사안이 매우 무겁고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당시 조교사 개업 심사에 지원한 고 문 기수는 큰 좌절감을 느끼고 관련 문제를 폭로한 후 세상을 떠났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