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과연 쓰레기지?" 미 대선 막판 '실언'에 표심 요동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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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에르토리코는 쓰레기 섬"
27일 트럼프 유세서 혐오 발언
히스패닉계 분노에 위기 직면
"진짜 쓰레기는 트럼프 지지자"
바이든 실언에 민주당 당혹
트럼프, 쓰레기 차 몰고 조롱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위스콘신주 유세 현장에서 취재진 앞에 쓰레기 수거차량에 탑승하는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위스콘신주 유세 현장에서 취재진 앞에 쓰레기 수거차량에 탑승하는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초박빙 양상을 보이는 미국 대선이 때아닌 ‘쓰레기 발언’으로 요동친다.

선거일까지 엿새를 남겨놓은 30일(현지시간)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양측에서 잇따라 터진 막말로 여론이 출렁이며 희비가 엇갈린다.

논란이 되는 ‘쓰레기(garbage) 발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 시기 남부 국경을 통한 이민자 유입 급증 문제를 비판하면서 먼저 사용했다. 그는 “미국은 세계의 쓰레기통 같다”고 말해 왔다.

하지만 이 같은 언급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평소 중남미 불법 체류자가 치안 불안을 야기한다고 주장해 왔기에 큰 논란이 없었다. 그러나 27일 뉴욕 유세에서 터져나온 한 코미디언의 발언은 곧바로 문제가 됐다. 찬조 연설에 나선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가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를 “떠다니는 쓰레기 섬”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600만 명에 이르는 푸에르토리코 출신은 물론 라틴계 전체가 발끈하면서 트럼프 캠프는 역풍을 맞았다.

트럼프 캠프는 힌치클리프의 발언이 후보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고 곧바로 선을 그었다. 그러나 해리스 캠프는 해당 발언 영상을 광고로 만드는 한편 경합주의 푸에르토리코 출신 유권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이를 발송했다.

대선 막바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세에 긴장하던 해리스 부통령 측에는 분명 호재였지만, 곧이어 바이든 대통령의 실언이 터져 나오면서 양측의 처지는 정반대가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히스패닉 유권자 단체 행사에 앞서 취재진이 힌치클리프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자 “내가 보기에 밖에 떠다니는 유일한 쓰레기는 그(트럼프)의 지지자들”이라고 발언하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벼랑끝에서 호재를 마주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곧바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자에 대해 “쓰레기”라고 실언한 것을 거세게 비난했다. 그는 같은 날 위스콘신주 그린베이에서 환경미화원이 입는 형광 주황·노란색 조끼를 입고서 자신의 선거 로고를 부착한 쓰레기 수거트럭에 탑승하는 퍼포먼스로 바이든 대통령을 조롱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내 지지자는 쓰레기가 아니다. 난 누가 진짜 쓰레기인지 여러분께 말할 수 있지만 우리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이어 “내 쓰레기 트럭이 마음에 드나? 카멀라와 조 바이든을 기리는 트럭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앞서 남부 선벨트 경합주인 노스캐롤라이나 록키마운트에서 열린 유세에서도 “바이든이 마침내 그와 카멀라가 우리 지지자들을 진정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했다”며 “그는 우리 지지자를 쓰레기라 불렀다. 그리고 이것이 그들의 진심”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 “바이든과 해리스에 대한 내 대응은 매우 간단하다”며 “미국인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미국을 이끌 수 없다. 미국인을 미워하면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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