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물가 폭탄에 서민가계 '잔인한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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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가계가 초유의 '고물가 폭탄'을 맞고 무너지고 있다.

최근 리비아 사태 등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의 정정불안으로 기름값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각종 산업의 원자재값이 폭등하고 있는 가운데 구제역 여파와 이상 한파의 영향으로 신선식품 가격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

특히 이사, 입학, 결혼 등으로 가계 지출이 많은 봄철에 이 같은 '물가상승 바람'이 거세게 불어오자 서민들의 삶이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서민들이 불안한 것은 물가불안이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것이다. 안 오른 게 없는 상황에서 유가가 지금 수준보다 더 오르거나 전기와 수도요금 등 공공요금과 식품산업에 영향력이 큰 밀가루와 설탕값마저 오른다면 향후 물가압력은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식재료 등 생필품
자고 나면 가격 올라
"장보기 겁난다" 한숨

진정 기미 안 보여
앞으로가 더 문제


3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2월 소비자 물가는 27개월 만에 최고치인 4.5%를 기록했다. 특히 부산지역의 경우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5.2%로 28개월 만에 5%대로 올라서는 등 서민들이 느끼는 고통의 정도는 다른 시·도보다 크다. 여기다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까지 겹치면서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고통은 여느 때보다 클 수밖에 없다.

52개 주요 생필품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 역시 전년 동월 대비 5.2% 크게 올라 "장보기 겁난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서민들의 시름을 달래주던 돼지고기는 전년 동월 대비 35.1% 크게 올라 '그림의 떡'이 될 지경이고, 서민 생선이라는 고등어 역시 44.6%나 올라 '귀족 생선'이 돼 버렸다. 배추(94.6%), 마늘(78.1%), 파(89.7%) 등도 크게 올라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전업주부인 조 모(41) 씨는 "남편 월급은 몇 년째 깎이거나 동결인데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어 마트가기조차 두렵다"고 침통해 했다.

또 소비자물가에서 비중이 가장 큰 전셋값은 97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4분기부터 전세난이 가중되기 시작해 지금까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지역에서는 지난 2년간 전셋값이 평균 20% 이상 인상됐다.

최근 물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유가의 경우 전국의 석유류 가격은 지난 12월에 8.3%로 급등한 뒤 올해 들어 1월 10.9%, 12.8%로 크게 상승했다. 부산지역에서도 지난 1일 기준으로 주유소 보통휘발유 가격이 평균 1천880.91원을 기록하는 등 물가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부산발전연구원 주수현 경제산업연구실장은 3일 "정부의 일자리 창출이 한계에 이른 상황에서 유가와 구제역 등 외부적 요인으로 인한 물가상승은 경제의 양극화를 더 심화시킨다"며 "물가상승 요인이 당장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여 서민들의 고통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송승은·서준녕·최혜규 기자

sse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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