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장애 해결법] 두려워하지 마세요 일단 질러 보는 겁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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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우유부단 씨는 언제나처럼 중국집 테이블 앞에서 ‘짜장면이냐, 짬뽕이냐’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러다 결국은 남들이 주문이 끝나서야 “저도 같은 거로”라고 말했다.

식당 메뉴 고민은 누구나 경험하는 거지만, 우유부단 씨의 경우는 남다르다. 그는 옷가게 점원이 추천해주는 옷만 사고, 옷장 앞에서 옷 고르는 게 힘들어 인터넷 네티즌의 의견을 물어보기도 한다. 인생의 중요한 결정도 그러했다. 학창시절 문과·이과를 정할 때도 부모님의 의견을 따랐고, 대학과 학과를 정할 때도 선생님이 추천한 곳에만 응시했다. 직장에서도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여기저기 자문하다 시간을 보내는 게 습관이 되었다.

고민만 하고 미루는 정도 심한 경우

선택 순간 스트레스 극심하면 의심을

SNS 발달 인한 정보 과다도 한 몫

실패에 대한 두려움 선택 어렵게 해

‘마시멜로 챌린지’ 실험결과 참고할 만

선택 앞 지나친 신중함 큰 타격 방증

‘70% 확신 들면 실행’ 방식 염두에

자존감 향상도 결정장애 극복 도움

짜장이냐, 짬뽕이냐

결정장애는 고민만 하다 선택과 실행을 미루는 우유부단함의 정도가 심한 경우를 뜻한다. 물론 학술적으론 결정장애는 공황 상태를 경험할 정도로 극심한 경우를 뜻하지만, 일상적으론 남들보다 심하게 결정이나 선택을 회피하는 경우에 통용된다. 아버지의 복수를 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두고 어쩔 줄 몰라 하던 햄릿의 이름을 따 햄릿 증후군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사실 우유부단 씨처럼 극단적이지 않더라도 많은 현대인은 누구나 스스로 결정장애를 의심해보기도 한다. 식당 메뉴판을 봐도 뭘 먹어야 할지 모르겠고, 뭘 봐야 할지 몰라 습관적으로 TV 채널만 돌리고 있을 때 주로 그런 생각을 한다. 2017년 진행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80%가 결정장애를 겪는다고 답했다고 하니, 결정장애는 많은 사람의 고민인 듯하다.

누구나 결정장애를 의심할 수 있지만, 정도의 차이는 크다. 예를 들어 식사 메뉴 고민으로 30분 이상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거나, 남이 추천한 상품만 사거나, 의견을 묻는 말에 항상 “글쎄요” 같은 대답을 하거나, 소소한 결정도 인터넷에 올려 의견을 듣거나, 선택의 순간이 오면 극심한 스트레스 받는 등의 일이 잦거나 다양한 형태로 일어나면 결정장애를 의심해 볼만 하다.

사실 온라인 등에 결정장애나 햄릿 증후군을 체크해보는 리스트가 많은데, 대부분 학술적으로 공인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주변 사람과 비교해 유난히 체크하는 항목이 많다면, 결정장애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결정장애의 이유로 과다한 정보가 원인 중 하나라는 데엔 큰 이견이 없다. 인터넷과 SNS 등의 발달로 일명 ‘정보의 바다’에서 살다 보니 선택지가 너무 많아 뭘 고를 줄 모르게 됐다는 거다. 짜장면만 팔면 고민할 필요가 없지만, 짬뽕과 볶음밥 등의 메뉴가 추가되니 소비자의 고민이 커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선택을 어렵게 하기도 한다. 남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강할수록 오히려 실패를 두려워하고, 선택에 있어 우유부단해진다는 설명도 있다. 이런 이유로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거나 실패를 용납하지 못하는 쪽으로 사회가 변하면 결정장애가 흔해진다는 거다.

어렸을 때부터 모든 것이 채워진 삶을 살면, 의사결정을 할 기회가 사라져 결정장애가 온다는 분석도 설득력이 높다. 엄마가 모든 걸 챙겨주면 자녀가 커서 우유부단한 ‘마마보이’가 된다는 거다. 뇌공학자 정재승 교수는 “결핍이 있어야 뭘 하고 싶다는 욕망이 생긴다”며 “결정을 잘 못하는 상태에 오래 머무는 사람은 사춘기 때 부모나 또래집단의 결정을 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결정장애 극복하기

‘마시멜로 챌린지’라는 게임이 있다. 네 명이 한 조로 삶기 전 스파게티 20가닥·마시멜로 1개·접착테이프·실로 18분 안에 최대한 높은 탑을 쌓는 거다. 톰 우젝이라는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학자가 이 게임을 건축가, 경영자(CEO), 변호사, MBA 학생, 유치원생 그룹을 대상으로 실험해 평균을 냈다.

1등은 당연히 건축가 그룹이 했다. 그런데 2등을 유치원 그룹이 차지하는 이변이 있었다. CEO가 뒤를 이었고, 변호사와 MBA 학생 그룹은 유치원생 절반 수준의 탑만 쌓았다.

톰 우젝은 “유치원생들은 일단 탑을 쌓기 시작한 뒤 다듬으면서 시간을 보낸다. 하위 그룹 등은 고민하고 토론하면서 최선의 결정을 내려다 시작이 늦었다”고 이변의 이유를 설명한다. 어차피 계획은 뒤틀리기에 십상이니, 일단 빨리 시작하는 게 현명했다. 선택 앞에서의 지나친 신중함이 마냥 좋지 않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실험이다.

실제로 인생의 변곡점에서 벌어지는 결정장애는 삶을 우왕좌왕하게 만들어 꽤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학창시절 진로 결정을 남에게 미뤘다가 혹은 CEO가 중요한 사업 결정을 회피하다가 때를 놓쳐 뒤늦게 후회하는 일은 흔하다.

물론 성격이 되어버린 결정장애를 손쉽게 고칠 방안은 없다. 다만 자신이 왜 선택이나 결정을 회피하려는 가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만일 실패가 두려워 혹은 성공에 집착해서 지나치게 신중한 경우라면, 의무적으로 빠른 결정을 내리며 이를 습관화하는 게 좋다. 어차피 의사결정을 내리기 전 100% 확신이 드는 경우는 없다. ‘70% 확신이 들면 실행하라’는 미해병대의 의사결정 방식도 참고할 만하다.

지나치게 순응하거나 타인을 의식하는 경우 자존감 향상이 결정장애 극복에 도움이 된다. 자신이 어떤 것을 원하고 있는지, 내면의 욕구를 살펴 보는 것도 필요하다. 원하는 게 뭔지 몰라 결정을 미루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결정장애는 결정의 경험이 없어 생기는 경우가 많으니, 일단 무엇이든 결정하고 선택해보면서 비슷한 경험을 축적하는 게 가장 빠른 해결책이다. 선택과 결정의 경험이 쌓이면 삶이 주도적으로 변할 가능성도 있다.

전직 포커 플레이어이자 결정장애 강사로 유명한 애니 듀크는 “좋은 결정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게 아니다”며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결정을 바꿀 만한 다른 합리적인 정보가 있는지를 체크해 나쁜 결과에 대해 두려움을 없앤다면 결단력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선택을 두려워하지 말고 일단 해보라는 뜻이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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