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산하 공기업, 동남권 관문공항 홍보 ‘번번이 제동’

이현우 기자 hoor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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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항공사가 지난달부터 김해공항 대합실 노출을 중단시킨 부산시의 동남권 관문공항 홍보영상 한 장면. 부산시 제공 한국공항공사가 지난달부터 김해공항 대합실 노출을 중단시킨 부산시의 동남권 관문공항 홍보영상 한 장면. 부산시 제공

동남권 관문공항 실현을 위해 부산시가 펼치는 홍보전에 ‘이상한 제동’이 계속 걸리고 있다.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 등이 부산시의 홍보 활동에 잇따라 어깃장을 놓거나 비협조적 태도로 일관하는 까닭이다. 현행 김해공항 확장안을 밀어붙이는 국토부는 동남권 관문공항 추진을 거세게 반대하며 부산·울산·경남과 맞서고 있다. 이 때문에 동남권 관문공항 홍보전을 겨냥한 연이은 ‘태클’을 두고 국토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한편에선 국토부 심기를 살핀 산하 공기업 등이 알아서 저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매서운 눈길을 보내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부산지역본부는 지난달 초 김해공항 국내선 2층 대합실에 송출되던 부산시의 동남권 관문공항 홍보용 영상광고 노출을 중단시켰다. 이 영상물은 대합실 4곳에 설치된 너비 2.5m, 길이 1.5m 크기의 멀티비전을 통해 김해공항 이용객들에게 노출돼 왔다. 30초 분량의 이 영상물은 국토부가 강행하는 김해공항 확장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24시간 안전한 동남권 관문공항 필요성을 알리는 내용이다.

한국공항공사 부산지역본부

김해공항 대합실 홍보영상

지난 달 초 ‘승인 불가’ 노출 중단

부산·울산·창원·서울역 역사

동남권 관문공항 공감 프로모션

시 두 차례 협조 요청 코레일 거절

“민감한 정치·사회적 사안 홍보 불가”

국토부 ‘보이지 않는 손’ 작용 의구심

공항공사는 영상광고 중단 사유로 ‘확정되지 아니한 제도 등에 관한 홍보로 인하여 정치적,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있을 때’라는 자체 규정을 제시했다. 공항공사는 이 규정을 들어 부산시의 동남권 관문공항 홍보영상을 ‘승인 불가’ 처분했다.

부산시는 대행사인 H사를 통해 2월 말부터 김해공항 대합실에 이 홍보영상을 노출시켜 왔다. 그런데 한 달 넘게 아무 탈 없이 멀쩡히 진행해 온 영상광고에 대해 공항공사가 트집을 잡자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부산시는 해당 멀티비전 영상광고를 총괄하는 H사와 올 연말까지 장기 계약을 했다. 이에 따라 부산시는 울며 겨자 먹기로 2030 엑스포 홍보영상으로 대체한 상태다.

부산시 관계자는 “공항공사가 볼 때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내용이 ‘정치적,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있다’고 하니 황당할 따름이다”면서 “국토부가 산하 공기업에 보이지 않는 압력을 행사했거나 공항공사가 국토부 눈치를 지나치게 살펴 과잉 대응한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시는 최근 국토부 산하 공기업 코레일로부터도 매몰찬 거절을 당했다. 부산시는 부산역, 울산역, 창원역, 서울역 등에서 ‘동남권 관문공항 공감대 형성 프로모션’을 진행하기 위해 코레일 측에 두 차례에 걸쳐 협조를 요청했다.

부산시는 각 역사에 홍보부스를 설치하고 가상체험 이벤트 등을 펼쳐 김해공항 확장안의 문제점을 철도 이용객들이 알기 쉽게 인식할 수 있게 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러나 코레일 측은 부산시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으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을 담은 행사가 공공장소인 역사에서 진행되는 것은 곤란하다며 제안을 모두 거절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시 최고위 간부와 실무 직원, 행사대행사 관계자 등이 여러 경로를 통해 코레일 측에 사전 협의를 요청했지만 매번 명확한 거절의사를 전달받아 협조 공문조차 보내 보지 못했다”면서 “국토부 산하 공기업들이 부·울·경 주민들이 간절히 바라는 동남권 관문공항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동남권 관문공항 추진에 반대하는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곳곳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아닌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현우 기자 hooree@busan.com


이현우 기자 hoor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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