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동백전과 코로나 뉴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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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래 신라대 무역경제학부 교수

1929년 공황은 이제까지 인류가 겪었던 가장 심각한 불황이었다. 그래서 대공황이라 부른다. 실업률이 30%를 넘어서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실제로 미국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났었다. 처음 겪는 대공황에 대해 대부분의 전문가도 허둥대긴 마찬가지였다. 불황이 되면 가격이 내려가서 저절로 회복된다는 것이 당대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조언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서 돈을 풀어 경제에 자극을 주어야 한다는 것을 역설한 사람이 바로 존 메이너드 케인스였다. ‘유효수요이론’으로 잘 알려진 케인스의 주장에 대해 대부분의 전문가가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케인스는 ‘이대로 가다가는 모두가 죽는다’는 말로 사람들을 설득하였다.


대공황 극복 위해 등장한 미국 뉴딜

코로나19 위기 상황 한국에도 필요

긴급재난지원금 둘러싼 말 많지만

재정적자 위험 무릅쓰고 감행할 때

동백전 같은 지역 움직임 확대하고

지자체 의견 중앙에서 적극 수렴을


이렇게 하여 미국에서 탄생한 불황극복책이 바로 뉴딜이다. 흔히 뉴딜은 공공사업에 정부가 돈을 투입한 사례를 주로 언급하지만, 임금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을 포함한 매우 폭넓은 사회 개혁적 조치들을 담고 있었다. 비상시국에서는 경제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근본적인 변화들이 나타나고 그러한 변화를 통해 위기를 넘어서게 되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으려는 각국 정부의 조치로 사람들의 이동이 멈추고 그와 함께 물자의 생산과 이동도 타격을 받고 있다. 중국에서 바이러스가 본격화된 지 2개월여 만에 세계 경제는 급격히 위축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 경기후퇴를 막기 위해 각 나라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더 큰 액수의 돈을 퍼부어 댈 것이다.

나아가 이제까지 겪어 보지 못했던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많은 변화가 수반될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한국은 정보화에서 많이 앞서 있고 탄탄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해 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이러스가 스캔한 세계의 모습에서 이제까지 선진국으로 자부해 온 나라들의 사회기반이 의외로 허약하다는 것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앞서가는 쪽이 항상 새로운 모델을 만들기 마련이다.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모습에서 한국이 제시하는 방법이 세계의 표준이 되어 가고 있으며, 세계의 많은 나라에서 한국이 하였던 방법들을 따라 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문해 본다. 바이러스가 가져온 불황 국면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안에서도 우리가 새로운 모델을 만들 수 있을까?

당장 긴급재난소득 지급을 놓고서도 정쟁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거를 앞둔 포퓰리즘이라는 공격 속에서 긴급재난소득은 형편없이 쪼그라들어 버렸다. 재정에 부담이 간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정말 재정적자의 위험을 무릅써야 할 때가 바로 지금과 같은 상황이다. 그런데 정치가 발목을 잡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되는 것이 지방정부의 움직임이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어려운 살림을 털어 긴급재난지원금을 주고 있는 것이 속속 알려지고 있다. 재정의 주도권이 중앙정부에 있는 상황에서 지방정부가 줄 수 있는 여력은 크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정부들이 곳간 바닥을 긁으면서 긴급 지원을 하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방정부가 주는 돈은 중앙정부와 달리 그 지역에서 쓰도록 하는 독특한 장치들이 달려 있다. 부산에서 발행한 ‘동백전’도 그러한 예의 하나이다. 동백전이 애초 코로나19에 대응하여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다. 지역에서 소비를 장려하고 지역시장을 살리기 위해 고안된 것인데, 코로나로 인해 규모가 확장되고 기간도 4월까지 연장되었다.

한 달에 100만 원 한도 내에서, 쓰는 금액의 10%를 돌려주는 동백전 이용에 대한 지원은 새로운 형태는 아니지만 매우 효율적인 지원책이다. 돈을 써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고 많이 쓸수록 혜택도 많고 또 돈을 쓰는 곳도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이다. 그런 점에서 지방정부들이 발행하는 동백전과 같은 형태에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잖아도 정부의 긴급재난소득 지급 기준에 대해 말들이 많다. 1만 원 차이로 받고 못 받고 하는 데서 오는 불만과 함께 돈을 주면 모두 쓸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도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세계적인 생산 사슬의 완전한 복원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각 나라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코로나 뉴딜’을 나름대로 구축해 나갈 것이다. 4·15총선이 끝나면 우리나라에서도 긴급재난소득에 대한 논의들이 또 다른 차원에서 제기되면서 다양한 대응이 나올 것이다. 출발은 달랐지만 동백전과 같은 지자체에서의 움직임을 중앙정부는 좀 더 폭넓게 수렴해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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