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코로나19가 가져온 또 하나의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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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일 신라대 국제지역학부 교수

코로나19라는 신종 감염병이 좀처럼 극복되지 않으면서 ‘우리의 일상이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가 코로나19 감염병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 생활 속 거리 두기와 같은 새로운 삶의 방식이 사회생활 표준으로 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심지어 영원히 과거와 같은 모습으로 되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극단적인 전망이 나올 정도로 코로나19가 바꾸어 놓은 사회적 삶의 방식은 상당 기간 지속할 것 같다. 그 변화 중 하나가 지구촌 시대를 만들어 온 세계화 흐름의 중지 혹은 끊김이 아닐까.

20세기 후반부터 전 세계를 하나로 연결한 세계화 현상은 코로나19가 등장하기 전까지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던 우리 시대의 조류였다.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세계 어느 곳의 소식이든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으며, 필요한 물건을 외국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세계적으로 자유롭게 교류하는 삶을 살게 되었다. 국경은 이웃 지방을 가듯 너무나 쉽게 넘나들 수 있는 지도상의 단순한 경계선으로만 여겨졌고, 지구 전체가 사람들의 사회적 삶의 토대로 연결되면서 세계는 하나의 공동체를 의미하는 말 그대로의 지구촌을 형성하게 되었다.


하루아침에 국가 장벽 다시 치고

공동체 위협받는 안타까운 상황


세계화 속 강조된 ‘세방화’ 흐름

코로나19 틈타 허물어선 안 돼


국가주의로 회귀 당분간 불가피

지방정부 성장에 악영향 없어야


세계화가 바꾸어 놓은 삶의 모습 중 특히 주목해야 할 하나가 세계화와 지방화를 합성한 ‘세방화’ 현상이다. 세계화가 국가의 경계를 허물면서 그동안 국가라는 틀 속에 묻혀 있던 지역이 스스로 그 의미와 가치를 주장하게 되고, 이를 통해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주체적 존재로서 성장하게 되었다. 과거에는 부산이 ‘대한민국의 첫 번째 항구도시’ 혹은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등 국가를 매개로 해서 소개되었다면, 세계화 시대가 되면서 부산은 이제 ‘동북아시아의 허브 도시’와 같이 하나의 독립적인 행위자로 활동하며 자신의 의미를 주장하는 시대가 되었다. 부산에 동남권 신공항이 필요한 이유도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설명될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이렇게 낮아져 가던 국가 장벽을 다시 쌓게 하고 있다. 지난 20여 년 이상 유럽에서 국가와 지역 간의 자유로운 인적, 물적 교류를 통해 국가주의적 경쟁과 대립을 지양하고, 유럽 사회 전체의 공동 번영을 꾀하려던 약속(솅겐조약)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는 하루아침에 각 국가로 하여금 국경의 장벽을 다시 치게 했다. 어떤 국가에서는 자기 국민만의 안전을 위해 백신의 개발과 사용을 독점하려는 국수주의적 사고마저 다시 등장하는 조짐을 보이면서, 지구촌이라는 공동체가 단숨에 위협받는 상황으로 변해 가고 있다.

코로나19 위기가 닥치기 이전 유럽 사회는 세방화라는 흐름의 본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지역이 활성화되어 있었다. 지방정부들의 독립적인 성장과 철저한 분권을 통해 유럽 최고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독일이나, 거의 완전한 자치의 형태로 살아가는 스위스는 시민들 삶의 직접적 토대가 되는 지역사회와 지방정부가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가지는지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비단 독일과 스위스만이 아니라 유럽의 많은 도시가 지역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화라는 조류 속에서 지구촌 시대를 이끄는 중요한 행위자로 성장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라는 위기 앞에서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지역도, 유럽연합이라는 연합체도 아닌 ‘국가’라는 틀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국가주의로의 회귀 흐름이 세계에서 최고의 수도권 집중이라는 기형적인 사회구조를 가진 우리 사회에서 그나마 세계화와 함께 조금씩 강조되어 가던 지역의 중요성을 약화시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다. 지역의 자치와 경쟁력을 바탕으로 사회적 번영을 이루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라는 위기 앞에서 연대하지 못하고 너무나 쉽게 다시 국가주의적 울타리로 회귀하는 유럽을 보면서, 아직도 걸음마 수준에 머물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지역의 의미와 자치는 전 세계적인 국가주의의 파고 속에서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코로나19가 가져온 보건 안전에 대한 걱정만큼이나 크게 다가온다.

코로나19를 함께 막아 내는 대한민국의 지혜와 힘의 결집은 중요하지만, 국가주의로의 회귀라는 흐름이 우리 사회에서 지역의 의미와 지방정부의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들이 효율적으로 협력하고 코로나19에 적극 대처함으로써 문화적 한류를 넘어 방역 한류라는 신개념을 창조하고 있는 저력을 모아 이제는 우리가 국가주의로 회귀하려는 세계사적 조류를 다시 지구촌의 교류와 번영으로 이끄는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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