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미혜의 젠더렌즈] 투쟁의 장, 여성의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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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대 보건복지대 학장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움직이는 시간이 대폭 줄어들었고 결국 ‘확찐자’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이러다 보니 다양한 언론매체는 다투어 운동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소위 ‘살과의 전쟁’을 부추기고 있다. 요즘처럼 먹거리가 풍부한 시점에서 타자 지향적인 정서 체계를 발달시킨 여성에게 식욕 통제, 즉, 다이어트는 여성성에 대한 일반적인 규범을 유지하는 구체적인 사례이다. 여성은 식욕을 억제하고 작은 공간을 차지함으로써 여성성을 표출한다.

몸은 문화를 상징하는 강력한 매체이다. 다시 말해, 몸은 그 사회가 요구하는 규칙, 질서, 통제를 포함하고 있으며 의도적으로 변화시킬 수 없는 습관적인 일상 행동이 된다. 이를 두고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는 ‘유순한 몸’, 즉 문화적 생활 규범으로 통제된 몸이라고 칭하고 있다. 푸코에 의하면 인간의 몸은 타고난 본능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훈련되고 단련되며 끊임없는 외부 규제에 의해 변화되고 개선되는 존재이다. 이처럼 인간의 몸은 역사적 인위적 의미를 담고 있다.


문화적 생활 규범으로 통제되는 몸

여성에게 유독 더 가혹하게 요구돼

일상적인 성차별에 저항해 나가야


여성이 사회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 최근 수십 년 동안에 분명하지도 않은 이상적 여성성을 그리며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다이어트, 화장, 옷차림에 몰두하는 것은 바로 ‘유순한 몸’이 불러온 결과물인 셈이다.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욱 가혹하게 요구되는 ‘유순한 몸’은 여성들의 사회적 지향성을 약화하고 여성끼리의 경쟁을 부추기며 확산한다.

한 여성단체는 2015년 국가기술표준원 조사를 인용하여 20∼24세 한국 여성의 평균 키는 약 161cm에 불과함에도 대부분의 마네킹은 175∼180㎝로 만들어져 있고 표준 허리둘레는 약 28인치이지만 마네킹은 약 24인치로 구성되어 있어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다. 이렇게 획일적이고 비현실적인 몸매를 지닌 마네킹과 자신의 몸매를 비교하면서 여성은 더욱더 자신의 몸에 대한 불만족과 혐오감을 지니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고용노동부가 2016년부터 지난 2월까지 홈페이지에 게시한 홍보물 중에서 외모 지상주의와 성별에 따른 외모 편견을 강화하는 표현이 100여 건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예를 들면 여성 직장인은 단정한 스커트 차림으로, 남성 직장인은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으로 표현했으며 모든 일반 직장인들을 날씬한 몸매와 반듯한 이목구비를 가진 존재로 묘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서구에서 여성의 몸에 대한 규율과 정상화는 놀라울 만큼 지속적으로 이어진 사회 통제의 전략으로 통한다. 이 규율과 정상화는 심지어 여성 스스로가 만들어 낸 성적 억압으로 알려졌으며 끊임없이 여성에게 짐을 지우고 있다. 그만큼 외모 지상주의는 시각적인 현시점에서 더욱 강력한 영향을 행사하며 여성을 억압한다. 한 미국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남성은 자신의 외모에 만족하고 긍정적으로 보는 반면, 여성은 자신의 외모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여성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매력의 기준에 벗어났을 때 더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다고 응답하고 있어서 여성에게 주어진 억압을 드러내고 있다.

역사적으로 여성을 황폐하게 만드는 몸의 추구는 어떻게 보면 모순적이다. 19세기 서구 빅토리아 시대에서 이상적 여성상인 의존성과 연약성을 추구하다 많은 여성이 우울하고 병든 몸을 지니게 되었다고 한다. 19세기 여성의 식욕을 분석하면서 헬레나 미치는 여성의 굶주림을 ‘성과 권력에 대한 욕망’으로 보았다. 즉 여성이 인정받는 최선의 방법이 여성성에 있다면 여성성의 유지는 굶주림으로 가능하며 이는 곧 권력을 획득하는 길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의 페미니스트는 빅토리아 시대의 가치를 뒤집으며 여성이 자신의 몸에 주인이 되어 즐겁고 풍성하게 식사하는 것을 성적 욕망과 권력을 추구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이렇게 몸은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투쟁의 장’이다. 다만 우리가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몸을 유순함과 정상화로 보는 관점에서 탈피하여 일상적인 성 차별에 저항하는 일이다. 다이어트나 운동, 체력 단련 등은 건강을 위해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필요한 요소이다. 다만 이런 중요한 요소가 문화적 관습이라는 이름으로 외모 지상주의에 교묘하게 이용되지 않으려면 여성적 실천으로 나아가야 한다. 여성적 실천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면 이것이 정말 여성에게 유익한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자. 여성에게 유익한 것이라면 그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이 여성적 실천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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