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해공항 국제선 운항 '미적', 수도권 좋은 일 시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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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적 일상 회복을 위한 ‘위드 코로나’ 정책이 시행된 지난 1일을 전후해 코로나19로 잔뜩 억눌렸던 해외여행 심리가 분출하고 있다. 여행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보복 여행’이란 표현이 회자할 정도다. 이에 맞춰 항공사들이 닫혔던 국제선의 운항을 재개하거나 운항 확대에 나서고 있어 해외여행 욕구를 더욱 키운다. 하지만 이는 인천공항에 국한된 이야기일 뿐이다. 코로나 시국의 방역을 위해 인천공항으로 대부분 국제선을 일원화한 국토교통부가 이달 들어서도 김해공항 등 지방공항의 국제선 운항 재개나 운항 확대에 미적대는 모습이다. 부산에선 해외에 나가고 싶어도 마땅한 항공편이 없어 가지 못할 처지다.

괌·사이판 운항 위한 후속 절차 없어
지역 항공·여행업계 혼선, 피해 우려

지난달 정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1월 중 김해공항과 괌·사이판 간 노선 운항을 재개하기로 확정했다. 사이판 노선은 오는 24일, 괌 노선은 26일부터 각각 운항하기로 잠정 결정된 상태다. 그런데도 국토부는 지금까지 아무런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아 김해공항의 두 국제선 운항이 제때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정부가 두 노선을 운항할 항공사를 아직 지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현재 김해공항은 지난해 10월부터 중국 칭다오 노선만 주 1회 운항하고 있는 게 전부다. 최근 항공업계가 인천공항을 중심으로 중장거리 노선 정기편 운항을 재개하고 운항 횟수도 늘리고 있는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김해공항 국제선 운항에 필요한 후속 행정 절차가 늦어지는 바람에 부산 지역 여행업계가 혼선을 겪으며 좌불안석이다. 상당수 여행사는 괌·사이판 정기 노선 운항에 대비해 현지 관광지와 호텔 등을 확보해 관광상품을 출시했으나, 운항 지연으로 피해를 입을 우려가 커졌다. 출발지를 인천공항으로 바꾸더라도 영업에 큰 차질이 예상된단다. 나머지 여행사들도 김해공항의 정확한 국제선 운항 일정과 여행객 검역 일정을 알 수 없어 오랜만에 일고 있는 여행 특수를 날릴 판이라며 울상이다. 이러니 부산시민과 지역 경제계는 “국토부 등 ‘항공 마피아’들이 수도권 중심주의에 사로잡혀 인천공항만 챙긴다”는 불만을 터트릴 수밖에 없다.

김해공항이 어떤 곳인가. 코로나19 사태 전까지만 해도 흑자를 기록하고 세계 주요 도시와 연결하는 중장거리 노선 개설 수요가 잇따랐다. 국내 유일의 ‘국제관광도시’로 지정된 부산을 비롯한 동남권과 남부지방의 관문인 국제공항이다. 이런 김해공항을 적자에 허덕이는 여타 지방공항과 동일시하며 대놓고 차별하는 국토부에 대한 지역민들의 분노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정부가 속히 김해공항 국제선 운항 재개를 위한 후속 조치에 들어가 업계의 혼란을 없애고 공항 활성화에 노력하기를 바란다. 특히 국토부는 부처 명칭처럼 국토균형발전에 힘쓰고 전 국민의 교통 편의 향상에 매진하는 등 제 역할을 다하겠다는 사명감이 필요한 조직이란 걸 명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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