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은 덜덜 떨리고 온몸은 땀범벅…관통한 표적 보니 '뿌듯'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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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국방 인IN人] 총 쏘기 체험기

K2C1을 쏘고 있는 이 PD K2C1을 쏘고 있는 이 PD

"탕,탕,탕, 탕탕탕 탕탕탕!"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이 총소리로 가득 찼다. 총구 끝에서 뿜어진 연기로 야외사격장은 금세 뿌옇게 변했다. 코 밑으로 매캐한 화약 냄새가 스쳤다. 지급된 총알은 모두 서른 발. 생각보다 큰 반동에 몸이 저절로 뒤로 밀렸다. 가을로 접어든 선선한 날씨였지만 등에선 땀이 흘렀고 손이 떨렸다.

부산일보 취재진은 ‘자주국방 인in人’ 시리즈의 일환으로 최근, 부산 기장군 철마면에 위치한 SNT모티브에서 총을 직접 체험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1973년 국내 기술로 소총을 만들기 위해 국방부 조병창이 기장군 철마면에 설치됐고, 한국인 체형에 맞는 소총, 권총, 기관총 등이 만들어졌다. 조병창은 이후 1981년 대우정밀공업으로 민영화한 뒤 2021년 SNT모티브라는 새이름을 달았다. M16, K1, K2 등 대한민국 군인이라면 익숙한 그 총들이 바로 여기서 탄생했다.

취재진이 체험한 총은 현역 군인들도 쉽게 접해보지 못한 것들이다. 국군의 제식소총인 K2의 개량형 K2C1, 특수작전용 기관단총 STC-16. 그리고 국산 최초의 저격용 소총 K14다.

먼저 K2C1을 체험했다. 사수로 나서 취재진은 육군 병기계원으로 병장 만기 제대한 이 PD. 그는 다른 군대 보직보다 풍부한 사격 경험을 자랑했다. 먼저 서른 발을 쐈는데 대부분 표적에 명중했다. 이 PD는 "오랜만에 총을 쏘니 손이 떨렸지만 곧 감을 찾았다"며 "아무런 엄폐물 없이 서서 총을 쏜 건 처음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K2C1은 K2의 단점을 보완한 총으로 '형보다 나은 아우'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 K2C1의 여러 장점 중 하나는 개머리 길이 조절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수의 신체 사이즈에 맞게 운용이 가능하며 K2의 개머리판이 접히는 기능은 그대로 유지해 높은 휴대성을 자랑했다. K2와 비교해 가장 차별화되는 점은 전방 손잡이와 총열덮개 상부 피카티니 레일을 사용한 점이다. 전방 손잡이로 반동을 줄일 수 있고 쉬운 파지가 가능하다. 격자 형태의 피카티니 레일은 레이저 표적지시기, 조준기 등 총기 부수장비를 붙여 사용할 수 있다.


STC-16 조작법을 배우고 있는 남형욱 기자. STC-16 조작법을 배우고 있는 남형욱 기자.

특수작전용 기관단총 STC-16은 기자가 체험했다. 운전병 출신이라 총보다는 핸들이 더 익숙했지만 간단한 교육을 통해서 손쉬운 조작이 가능했다. SNT 모티브 특수개발팀 송병조 책임은 "STC-16은 K-1A 후속 모델로 특전사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총이다"며 "짧은 총열 길이의 콤팩트한 바디는 공수 낙하, 밀림 등 이동 작전 시 운용성이 높다"고 말했다. STC-16의 전장은 개머리판 조절에 따라 최소 700mm에서 최대 800mm이다. 양쪽에 노리쇠멈치가 있어 왼손·오른손잡이 모두 사용이 가능하다. STC-16의 첫인상은 '작지만 강한 총'이다. 사막 모래 색깔의 몸체는 국내 지형에서 은폐와 엄폐가 수월해 보였다.

기자가 쏜 총엔 조준기가 부착되어 있었다. 가늠자와 가늠쇠를 정렬할 필요 없이 바로 조준경 속 빨간 점을 표적에 겨눴다.

"준비된 사수로부터 사격 개시!" 구령이 끝난 후 검지 손가락을 방아쇠에 올렸다. '탕!' 조정 간을 단발로 둔 채 열 발을 쐈다.


STC-16을 쏘고 있는 남형욱 기자. STC-16을 쏘고 있는 남형욱 기자.

생각보다 적은 반동에 자신감이 붙었고 표적을 쉽게 맞출 수 있었다. STC-16는 점사가 없어 바로 연발 사격에 들어갔다.

검지에 힘을 주고 방아쇠를 길게 당겼다. '탕탕탕! 탕탕탕탕! 탕탕탕!' 쉴 새 없이 총알이 뿜어져 나왔고 반동에 몸이 뒤로 밀렸다. 표적지까지의 거리가 80m 정도로 멀지 않았지만 탄착점이 표적지 위에 형성됐다. 반동을 이기지 못하고 총구가 들린 것이다.

마지막으로 K14에 도전했다. 국내 최초 '저격용 소총'으로 SNT모티브에서 자체 개발했다. 전장 약 1200mm, 무게 7.2kg에 걸맞게 들어보니 묵직했다. 저격용 소총은 사격자세부터 달랐다. 개머리를 어깨에 붙이고 왼손은 개머리에 연결된 보조 손잡이를 붙잡았다. 그러고 오른손 검지손가락을 방아쇠에 걸었다. 총을 품에 안은 것처럼 몸과 밀착시킨 뒤 숨을 멈추고, 방아쇠를 당긴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만큼 천천히 방아쇠를 당겼다. 다른 총보다 방아쇠가 민감하기 때문이다. '탕'하는 소리와 함께 7.62mm 총알은 한 번에 표적을 정확히 맞혔다. 다섯 발 모두 표적을 꿰뚫었다. 기쁨보다 K14 높은 정확도에 깜짝 놀랐다. 송 책임은 "수동식 볼트 액션 타입으로 반동이 적고, 유효사거리는 800m 정도 된다"며 "해외에서도 인정받은 '명품' 저격용 소총"이라고 설명했다.


저격용 소총 K14로 과녁을 겨누고 있는 남형욱 기자. 저격용 소총 K14로 과녁을 겨누고 있는 남형욱 기자.

사격을 다 마친 뒤 입고 있던 방탄복을 벗었다. 긴장 탓에 온몸은 땀범벅이고 손은 덜덜 떨렸지만 총알이 관통한 표적을 보니 왠지 모를 뿌듯함이 밀려왔다.

"설계부터 제작까지 소총 분야에선 세계적으로 상당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는 송 책임의 말처럼, 우리 기술로 만든 국산 소총 'K 시리즈'의 참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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