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저격 소총 K14가 세계대회서 우수 성적 거둘 때 뿌듯"

임원철 선임기자 wcl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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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국방 인in人] 6. 송병조 책임이 들려주는 국산 저격총 K14 이야기


K14 저격 소총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SNT모티브 송병조 책임. K14 저격 소총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SNT모티브 송병조 책임.

“우리가 만든 저격 소총이 세계사격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을 때 정말 뿌듯했습니다.”

국산 저격 소총 K14 개발 주역 중 한 명인 SNT모티브 특수사업본부 특수개발팀 송병조 책임은 “저격 소총은 화기의 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설계능력과 초정밀 가공기술을 더욱 발전 시켜 대한민국의 국방력 향상에 기여하고 우리 회사가 세계적인 총기회사로 발전할 수 있게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1969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난 송 책임은 1986년 대우정밀공업에 기술사원으로 입사했다. 송 책임은 “중학교 때부터 공기총을 들고 사냥하러 다녔을 정도로 총기에 관심이 많아 총기설계에 도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금형설계 업무를 보던 송 책임은 2004년 연구소(현 특수개발팀)로 자리를 옮겨 총기 설계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는 먼저 탄창이 손잡이 뒤에 있는 XK8 불펍(Bullpup) 소총을 만들기 시작했다. 송 책임은 “불펍소총은 총열의 길이를 유지하면서 총의 길이를 짧게 한 총으로 K2 소총을 대체할 차기 소총으로 개발했지만 군의 선호도가 낮아 안타깝게도 자체 개발로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시작으로 K11 복합형 소총과 9mm 기관단총인 XK9·XK10, 7.62mm 기관총인 K12까지 개발에 기여했다.

2012년 K14 저격 소총 개발을 위한 선행 연구를 시작했다. 송 책임은 “인터넷과 미국 라스베이거스 방산전시회 등을 통해 저격 소총을 공부하기 시작했다”며 “정확도가 높아 전문 저격수에게 인기 높은 미군의 제식 저격 소총인 M24, 수동식 볼트액션 타입이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바닥부터 시작해야 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며 “마침 해병대의 협조로 시그 SSG3000 저격 소총을 분해해 각종 부품을 살펴보고 작동 구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얻었다”고 말했다. 당시 육군과 해병대는 각각 슈타이어 SSG69, 시그 SSG3000 저격 소총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후 송 책임은 K12기관총의 총열 기술을 활용해 본격적으로 노리쇠 조립체와 방아쇠 조립체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그는 “주말에도 출근해 구조와 작동법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인터넷을 통해 자료를 찾고, 각종 총기 전시회에서 인상 깊게 본 저격 소총을 설계에 어떻게 접목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등 설계 기초를 잡는 데 6개월이나 걸렸다”고 말했다.

드디어 시제 총기를 개발한 송 책임은 시험 사격을 한 후 놀라고 말았다. “정확도가 기대 이상으로 아주 높았다”고 말했다.

이어 공이 작동 시스템을 안정화하고 방아쇠 압력을 사용자가 조절할 수 있게 보완했다.

송 책임은 “이런 어려움 끝에 개발한 K14에 대해 처음에는 군에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며 “그런데 저격수 교관들이 시험 사격을 하면서 우리 저격 소총의 우수성이 입소문 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특전사 부대에서 연락이 왔다. 송 책임은 “ K14 저격 소총 사격 시연을 통해 우수성을 인정받았고, 2013년 구매시험평가에 합격한 후 2014년 전력화가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SNT 모티브의 송병조 책임이 총을 처음 잡아본 부산일보 영상팀원에게 K14 저격 소총 사격 요령을 설명하고 있다. 10분 후 사격 초보자인 부산일보 영상팀원은 백발백중의 저격 실력을 선보여 주위를 놀라게 했다. SNT 모티브의 송병조 책임이 총을 처음 잡아본 부산일보 영상팀원에게 K14 저격 소총 사격 요령을 설명하고 있다. 10분 후 사격 초보자인 부산일보 영상팀원은 백발백중의 저격 실력을 선보여 주위를 놀라게 했다.

송 책임은 “K14는 다른 총보다 애착이 더 간다”며 “특히 2015년 호주 세계사격 대회에서 한국 대표가 K14 저격 소총으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후 K14가 세계적인 명품 저격 소총 대열에 합류했을 때 정말 가슴 벅찼다”고 말했다. 현재 K14 저격 소총은 시그 사우어, 바렛, H&K, 드라노구프 등 세계적인 방산업체의 저격 소총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 성능을 인정받고 있다. 송 책임은 “요즘도 전군을 순회하면서 K14의 특장점을 알려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송 책임은 최근 ‘제3회 국제치안산업박람회(KPEX 2021)'에서 주목을 받은 7.62mm STSR-23 반자동 저격총을 개발하는 데에도 기여했다.

그는 “이 총은 보병분대 전력 강화를 위한 지정 사수의 임무를 위해 개발됐다”며 “기존 K14 저격 소총의 정확성은 유지하면서 사용자 편의성을 향상했으며, 단발 장전식(Bolt Action) 방식을 가스 탄압을 이용한 반자동식(Gas Piston)으로 적용해 소총수가 언제든 저격수로 임무 변경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좌, 우수(양손) 모두 쉽게 사용 가능한 장전손잡이 등을 적용했으며, 사수의 운용 목적에 맞게 총열 길이를 20인치, 24인치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모듈로 제작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화기에 4차산업의 시스템과 조준 광학을 접목, 더 가볍고 정밀해 운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총기를 만드는 게 저의 꿈”이라고 말했다.



요산 김정한 선생은 1973년 11월 29일 국방부 조병창 건립 기념 비문에 이렇게 새겼다. '국방은 한 나라의 존립을 보장하는 최대의 요건. 방비를 등한히 해 외적의 침략을 받았던 치욕스러운 역사를 다시는 되풀이 말자. 여기 자주국방을 다짐하는 무기 생산의 터전을 마련했다. 우람한 가동 소리는 조국의 영원한 안전과 자유를 굳건히 보장하리라.' 선생의 말씀을 축약했지만 대한민국 자주국방의 시원이 부산 기장군 철마면 전 국방부 조병창이다. 조병창은 (주)대우정밀로 민영화한 뒤 현재 SNT그룹(회장 최평규)의 SNT모티브로 발돋움했다. 시대는 바뀌었지만, 자주국방의 대의는 면면히 이어진다. 그 거룩한 여정에 묵묵히 복무한 이들을 발굴해 <부산일보>는 ‘자주국방 인in人 시리즈’를 지면과 온라인에 연재한다. 모든 영웅들의 이름을 일일이 부를 날이 반드시 오리라 믿는다.


임원철 선임기자 wcl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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