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차기 정부 앞에 놓인 바다산업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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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현 고려대 로스쿨 교수·부산항발전협의회 운영위원

바다산업의 매출이 230조 원에 이른다. 국민총생산의 15%를 차지하는 것이다. 차기 정부를 위한 인수위가 구성되었지만 해양수산, 조선, 물류 분야의 외부 전문가들이 한 명도 포함되지 못해 안타깝다. 정부조직개편 논의에서 인수위는 해양수산부를 현행대로 존치하는 입장이라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차기 정부가 다루어야 할 바다 관련 중요 사안을 살펴보겠다.

첫째, 가장 시급한 것은 공급망 문제 해결이다. 요소수와 같은 원료, 원자재 부족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적기에 안전하게 수송해 오는 문제가 중요하다. 10배가 넘는 해상운임의 인상은 수출입 화주들의 비용 상승을 가져왔고, 상품가격에 전가되어 전 세계적인 인플레 원인이 되었다. 물류대란을 멈추도록 운임을 안정화시키고 무역이 정상화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윤석열 정부의 바다 관련 첫 번째 임무다. 한진해운 도산 후 HMM의 재건이 중요한 화두였다. 2021년 HMM은 7조 원의 수익을 남겨 재건에 성공했다. 이를 너무 강조하다 보니 운임 인상으로 인한 무역업계의 심각한 어려움은 뒷전이 된 느낌이다. 미국 서부에서 동부로 이동하는 육상물류의 흐름이 막히자 선박도 항구에서 화물을 내리지 못하며 선박 공급이 줄어든 것이 물류대란의 원인이다. 서부 LA항에 집중적으로 화물 선박을 보내던 것을 동부로 분산시켜야 한다. 미국 내 컨테이너 터미널을 많이 확보하여 우리 화물이 우선적으로 이동되도록 해야겠다. 그동안 미국으로 수출하는 화물의 20%만 우리 정기선사가 싣고 80%는 외국 정기선사가 실어 날랐다. 대폭 인상된 운임은 대부분 외국 선사가 향유했다. 원양 정기선사인 HMM과 SM상선의 현재 적재 능력 100만TEU를 2배로 늘려 200만TEU로 해야 한다.

인수위, 해양수산 관련 빠져 아쉬움
공급망 문제 해결이 최우선 임무
조선업·해운업 상생 공약도 지켜지길

둘째, 중소화주의 수출입 애로를 풀어 주겠다는 공약은 시의적절하다. 수출입 화물의 수송은 장기운송계약과 스폿계약으로 이루어진다. 스폿계약은 시장에서 바로 운송계약이 체결된다. 지금처럼 선박 공급이 부족하면 높은 운임을 지급하면서 선박 구하기도 어렵다. 장기운송계약은 미리 체결되므로 선박도 확보되고 운임도 할인된다. 업계에서는 예측 가능성이 높은 장기운송계약이 장려된다. 다만 상당한 양의 화물이 확보되어야 하므로 대형 화주들만이 이용 가능하다. 연간 35TEU 이하를 수출하는 소형화주가 수출자의 94%이고 전체 수출액의 20%를 구성한다. 무역협회와 고려대 연구진은 소형화주들의 장기운송계약 활성화를 위한 플랫폼을 만들었다. 업종별 화주협회가 소속 회원들의 화물을 모아서 정기선사와 장기운송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이다. 장기운송계약이 늘어나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다.

셋째, 조선업과 해운업의 상생도 공약 사항의 하나이다. 우리나라 조선업은 90% 이상이 수출이고 내수는 10% 정도이다. 반면 일본과 중국 조선업은 60%가 내수이다. 불경기가 왔을 때 자국에서 선박 건조를 발주하면 조선소는 일감을 확보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내수 비중이 작기 때문에 불경기가 왔을 때 일감이 없어서 견디지 못한 경험이 있다. 부울경에 민간 선주사를 육성, 5년 내에 300척을 우리 조선소에서 건조하자. 이렇게 되면 내수가 30% 가까이 올라갈 것이다. 일본 조선소들과 같이 우리 조선소도 자회사인 선주사를 두어 우리 해운선사들에게 저렴하게 선박을 공급하자. 또한 조선소는 해운선사의 선박에 척당 5%라도 지분투자를 하여 공동소유자가 되도록 하자. 해운선사들의 설비투자 위험 부담을 덜어 주는 것이다. 각종 선박 관련 데이터를 보유한 조선소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총아인 빅데이터, 블록체인 기술 등을 이용해 선박 관리업무를 이행할 수 있다. 이렇게 선주와 조선소는 상생할 수 있다.

넷째, 수산업 분야는 한일어업협정의 재타결 등 해묵은 일을 처리해야 한다. 우리나라 연근해에는 사고로 연간 100명 가까운 선원들이 아까운 목숨을 잃는다. 안타깝게도 어민들의 안전을 위한 교육제도가 없다. 신정부가 관련 공약을 넣어 둔 것은 다행스럽다. ‘사망 제로’를 목표로 캠페인을 벌여 나가자. 지역의 수산업협동조합을 이용한 직무교육제도를 마련,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우리 선사들은 선박에 대한 자기자본은 10% 내외이고 90%는 대출금인 경우가 많다. 운임이 높을 때는 대출금과 이자를 갚을 수 있다. 하지만 불경기가 되어 운임이 떨어지면 변제가 불가능하게 된다. 일본은 척당 30%가 자기자본이고 대출금은 70%이다. 일본은 이자가 1~2%인데 우리는 훨씬 높은 5~7%이다. 불경기가 와도 일본은 문제가 없지만 우리는 도산이 많은 근본적인 이유이다. 우리 선사도 선박 척당 자기자본 30%를 달성해야 경쟁력이 생긴다. 차기 정부 앞에 놓인 바다 산업의 과제를 잘 해결해 부디 성공하는 정부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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