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재개발 ‘열기’ 식나… ‘최대어’ 우동3 시공사 뜻밖 유찰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 재개발 사업 최대어로 꼽히는 해운대구 우동3주택재개발사업의 시공사 입찰이 유찰됐다. 당초 하이엔드 브랜드를 내건 대형 건설사의 치열한 수주전이 예상됐지만, 입찰에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부산지역 재개발 사업의 시공사 컨소시엄 해지와 하이엔드 바람을 주도한 우동3구역의 유찰은 다른 구역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3일 우동3재개발조합은 이날 시공사 선정을 위한 2차 입찰 공고를 했다고 밝혔다. 조합 측은 오는 21일 현장설명회를 거쳐 내달 12일 2차 입찰 마감을 할 예정이다.


5개 건설사 모두 예상 밖 불참
조합, 내달 12일 2차 입찰 마감
고급화 요구에 수익성 악화 등
부동산 업계 유찰 원인 해석 분분
타 재개발사업 불똥 튈까 우려도

조합이 2차 시공사 입찰에 나선 것은 12일 진행된 1차 입찰 결과 유찰이 됐기 때문이다. 앞서 현장설명회에 참석한 현대건설, GS건설, 롯데건설, KCC건설, 동원개발 등 5개 사가 정작 입찰에는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우동3구역 재개발은 해운대구 우동 229번지 일원 16만 727㎡를 재개발해 지하 3층~지상 39층 아파트 2918세대 규모를 짓는 사업이다. 해운대해수욕장 근처 대규모 주거단지인데다 부산지역 시세를 주도하는 고가 주상복합 근처에 위치해, 최근까지 프리미엄만 7억 8000만 원에 달한 정도의 ‘넘사벽’ 사업지로 꼽힌다.

이 때문에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현대건설이 수도권 이외 최초로 자사 하이엔드 브랜드인 ‘디에이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GS건설도 고급화를 내세우며 현장설명회에 참석했다. 업계에서는 해운대라는 상징적인 공간에 일종의 브랜드 전시관 역할을 할 단지라는 점에서 정비사업 1·2위 업체 간의 자존심 대결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예상 밖의 결과에 부동산 시장과 정비업계의 해석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조합원의 고급화 요구가 높은 반면 건설자재 가격이 고공행진하면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업체들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했다. 구역이 지정된 지 15년 가까이 지나면서 각종 비용이 증가했고, 지난해 기존 시공사 컨소시엄을 해지하며 매몰 비용이 200억 원에 달한 것을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조합 측은 수익성 악화가 유찰 원인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우동3구역 박용한 조합장은 “현장설명회에 참여한 업체들이 수주에 적극적이었다. 매몰비용도 1074명의 조합원 모두 나눠서 부담하는 것으로 이미 알고 있는 상황이라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박 조합장은 “건설사들이 투명과 공정을 앞세운 조합을 상대하기 어려워 ‘조합 길들이기’ 차원에서 유찰시킨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우동3구역의 유찰로 부산의 다른 지역 재개발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해 4월 우동3구역이 기존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과 대우건설 컨소시엄을 교체하면서 하이엔드 브랜드 추진으로 프리미엄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부산의 다른 재개발 구역에도 단독 시공사 교체 바람이 불었다.

부산 금정구 부곡2구역(부곡동 279번지 일원, 2029세대 규모)은 2019년 GS건설·SK에코플랜트·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했다가 올해 1월 시공사 해지를 결정하고 최근 시공사 입찰을 진행 중이다. 인근의 서금사6구역(서동 301-1204일원, 2616가구)도 2017년 반도건설·중흥토건 컨소시엄을 선정했으나 최근 시공 계약을 해지했다. 이들 구역에는 단독 시공사가 고급 브랜드를 적용하기 쉽다는 이유로 컨소시엄 해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이번 우동3구역 입찰 결과로, 건설사들이 수익성을 이유로 입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당장 이번 주말(16일) 총회를 열어 기존 컨소시엄 유지 여부를 결정하는 서금사A구역(부곡동 332-4와 773-1 일대, 2300세대) 조합 내에서도 찬반이 분분하다. HDC현대산업개발과 롯데건설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하고 있는 서금사A구역의 시공사 해지 움직임은 광주 현산 사고가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예전부터 조합 내에서 컨소시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서금사A구역의 한 조합원은 “컨소시엄 해지에 찬성할 생각이었지만, 우3구역의 유찰로 새 시공사 선정이 만만치 않다는 생각도 들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