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색 점퍼 맞추고 사무실도 계약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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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지방선거에서 부산지역 한 구청장 후보로 출마한 국민의당 A 씨는 ‘멘붕’에 빠졌다. 국민의힘으로 흡수 합당될 것을 대비해 ‘후보 2번’이 적힌 빨간색 점퍼와 ‘국민의힘’이 표기된 선거 명함을 만들었는데, 합당은 갈수록 꼬여 가고 있기 때문이다. 2개월 치 선거사무실 임차 계약도 해 놓고도 홍보 현수막 하나 걸지 못하는 상황이다. A 씨는 “선거가 40여 일밖에 안 남았는데 뭐를 해 보지도 못하고 돈만 쓴 채 선거를 놓치는 꼴”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국힘과 합당 먹구름에 국민의당 후보 ‘멘붕’
유세 여부도 결정할 수 없어 진퇴양난 신세

국민의힘-국민의당 간 합당에 먹구름이 끼면서 안철수계 지선 출마자들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합당만 기다리다간 ‘선거 유세 골든타임’을 놓칠 것 같고, 그렇다고 어느 당의 몇 번 후보가 될지도 모르는데 섣불리 유세에 나설 수도 없어서다. 최근 안철수 인수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과의 갈등이 외부로 표출되면서 두 정당의 합당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당 내부에서 합당 조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표출된다. 국민의당 지선 출마자 일부는 14일 중앙당을 찾아 ‘깜깜이’로 진행되는 합당에 우려를 표하는 동시에 국민의당의 ‘지선 지분’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 한 지선 출마자는 “지역 조직이 갖춰진 국민의힘에 맞서 전체를 다 경선하자는 건 국민의당 후보를 한 명도 뽑지 않겠다는 얘기”라면서 “당선 가능성 있는 몇몇 후보는 전략공천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당내에서는 “100% 여론조사 경선이라면 받아들이자”는 목소리도 크다.

국민의당은 국민의힘 경선이 실시되는 다음 주까지 합당을 마무리지어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에서 경선이 이뤄진 뒤 양당 대표주자 간 2차 경선에 치러질 수도 있지만, 뒤늦게 합류하는 것에 대한 후보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올 수도 있다. 합당이 무산될 경우에는 최악의 경우 보수표가 나눠지면서 양당 후보들이 공멸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부산 몇몇 지역구에서는 국민의당 후보 출마 때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판세를 역전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오고 있다.

14일 선관위에 따르면 부산지역 국민의당 지선 출마자는 기초단체장 6명, 광역의원 2명, 기초의원 10명 등 모두 18명이다. 기초단체장 선거에는 장강식(부산진) 구의장, 안병해(강서)·박한재(동) 전 구청장, 배인한(동) 전 구의장, 최영곤(해운대) 전 구의원, 정규룡(북) 전 국민연금공단 부장이 출마한다. 이승훈 기자 lee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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