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비평] 새 대통령, 언론과 소통 힘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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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행 동명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오는 5월 10일 제20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프레스 다방’을 찾아 취재기자들과 소통하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그의 언론 친화적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프레스 다방은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건물에 자리 잡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기자실이 마련되기 전 임시로 설치한 천막 기자실이다. 윤 당선인은 점심 식사 후 이곳에 들른 자리에서 기자들이 즉석 제안한 티타임을 수용하고, 믹스커피를 함께 마시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점심때 먹은 김치찌개에 대한 얘기이며, 아침 식사 습관과 같은 소소한 일상 이야기뿐만 아니라 인수위의 법무부 업무보고 유예 결정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 방문과 같은 굵직한 사안에 대한 질문에 서슴없이 답변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취재기자들은 이제까지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에게서 자주 보지 못했던 모습이라며 신선하고 파격적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대통령이 언론을 대하는 태도는 국민적인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언론과의 소통 의지는 곧 국민과의 소통의 의지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언론의 보도 태도와 방식에 대한 공개적 불만을 빈번하게 제기하였고, 기자실 폐지, 브리핑룸 전환, 취재기자의 부처 사무실 방문 제한 등 소위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을 밀어붙여 언론과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취임 초기에 언론 취재에 최대한 협조하고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소위 ‘프레스 프렌들리’를 표방하면서 기자와의 스킨십 등 언론과의 소통 의지를 밝혔다.

역대 대통령 인터뷰·기자회견 인색해
윤석열 당선인, 기자와 만남에 긍정적
미국은 언론 활용한 국정 발표 일반화
국민 알 권리 충족 위한 소통 의지 중요

대통령과 의회·언론·대중 간 관계에 대한 정치학, 행정학, 언론학 연구에서는 새 대통령 취임 후 첫 100일 동안의 기간을 통념적으로 ‘밀월 기간’(honeymoon period)이라고 지칭한다. 이 기간 동안 언론은 가급적 정부에 대한 비판과 공격을 자제하고, 이해관계와 판단을 보류하며 새 대통령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새 정부가 그들의 국정 철학과 운영 방향을 국민에게 제대로 인식시킬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한다.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취임 즉시 ‘백일 의회’라는 100일간의 특별회의 기간을 설정하고, 이 회의를 통해 100여 개에 달하는 개혁 법안을 빠르게 통과시키며 경제공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새 정권이 준비한 개혁 프로그램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의 밀월 기간이라는 개념이 그 후에 생겨났다.

본디 언론과 정부의 관계는 양자가 서로의 생존을 위해 상호의존적 교환관계를 형성하는 공생적 속성을 가진다. 언론과 정치가 유착 관계로 이어지는 이유도 바로 이 공생적 속성에 기인한다. 하지만 국가의 주권자인 시민이 위임한 권력을 행사하는 국가를 비판하고 감시하여 정부가 권력을 남용하는 것을 막는 게 언론 본연의 역할이라는 점에서, 언론은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을 위해 정부와 상시적으로 긴장 관계를 견지해야 한다. 새 대통령과 언론과의 달콤한 밀월 관계 형성과 유지가 생각만큼 녹록지 않은 배경이다.

새 대통령과 언론의 관계 형성에 있어서 언론의 자세가 중요한 만큼 대통령이 가지는 소통의 의지도 중요하다. 대통령과 언론의 소통은 주로 인터뷰나 기자회견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 인터뷰는 당연한 정치·언론 문화로 자리 잡고 있어서 주요 매체는 물론이고 전문지나 프리랜서 기자와의 개별 인터뷰를 통해 대통령이 국정 구상을 밝히는 일이 일반화되어 있다. 기자회견장의 백 브리핑과 질의응답을 통해서도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이러한 문답 과정을 통해서 국민이 정말로 알고 싶어 하는 사안이 드러나면서 국민의 알 권리가 충족되는 것이다.

반면에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언론 인터뷰에 인색할 뿐만 아니라 기자회견도 연례행사 수준으로 뜸하게 가졌다. 언론사들이 아무리 적극적으로 인터뷰를 시도해도 대통령이 이를 자신의 의무로 생각하지 않는 한 대통령과 언론 간, 대통령과 국민 간 소통은 요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프레스 다방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취재기자들에게 “역대 대통령 가운데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두 분이 기자실을 자주 방문했더라”면서 “앞으로 5년 임기 동안 100회 이상 가도록 나도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의지를 밝혔다고 한다. 그가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보여 준 참신한 언론 소통의 행보가 임기 말까지 지속되어 새 대통령과 언론의 관계에 새롭고 의미 있는 한 페이지를 쓴 대통령으로 기록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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