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공천 자격시험 2030 후보도 ‘쩔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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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당이 (나에게)왜 이렇게 시련을 주는 겁니까. 허허.” 17일 오전 9시 30분 부산 전포동 경남공고 정문 앞. 공직후보자기초자격평가(PPAT)를 치르고 나온 50대 예비후보자(현직 구의원) A 씨가 하늘을 쳐다본 뒤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후보자가 이렇게 위로했다. “아이고, 다 시험 못 쳤을 겁니다. 그래도 의원님은 경쟁자가 별로 없지 않습니까.”

정당 사상 첫 출마자 대상 시험
권력형 성범죄 등 30문제 출제
부산에서도 300명가량 응시
긴 예시문·고난도에 ‘당혹감’

국민의힘은 이날 우리나라 정당 사상 처음으로 6·1 지방의원 선거 출마자를 대상으로 공천 가산점을 건 자격시험을 진행했다. 점수에 비례해 최고 10% 가산점을 받을 수 있어 후보자가 난립하는 6·1 지방선거판에서 PPAT는 무시할 수 없는 ‘관문’이 됐다. 정치 신인, 여성 등의 가산점과 중복 수혜도 가능해, 막상막하 경쟁이 벌어지는 지역구에서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시·구의원 비례대표의 경우 각각 70점, 60점을 못 넘으면 공천에서 자동 탈락된다.

부산에서는 이날 오전 8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경남공고에서 시험이 치러졌다. 응시자는 300명가량. 대북정책(위에 제시된 문제의 정답은 ‘나’), 한·미동맹, 선거비용, 권력형 성범죄 등에 대해 30문제가 출제됐으며 문항마다 긴 예시문이나 인구성장률, 산업별 취업현황과 같은 그래프가 더해졌다.

지난해 말부터 예고된 시험이었지만 이날 고사장을 나온 예비후보자들은 변별력 있는 난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예상문제집과는 급이 다르다” “유튜브 강의만 봐선 안되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부산의 한 시의원 선거 출마자는 “특히 복잡한 예시문에 교묘하게 꼰 문제가 많아 시간이 부족했다. 4~5문제를 못 푼 후보도 있었다”고 말했다.

PPAT에 강점을 보일 것으로 평가받던 2030 예비후보자도 시험 문제가 까다로웠다고 전했다.

부산의 한 구의원 출마자는 “일정이 바쁜 현역 의원을 배려해 난이도가 운전면허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봤다”며 “‘제논의 역설’ 등 어려운 개념에다 디테일한 당헌·당규 문제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소감을 전했다.

예비후보자들은 PPAT의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했다. 임말숙(해운대2) 시의원 출마자는 “유튜브로 강의 자료가 배포돼 반복적이고 자유로운 공부가 가능했고, 시험 결과를 떠나 자연스럽게 필수 지식이 입력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병근(서구 가) 구의원 출마자는 “문제 수준이나 시험 방식을 볼 때 PPAT의 확장성은 매우 크며, 이에 따라 지방의원의 역량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훈·이은철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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