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3색 性이야기] ‘고딩엄빠’ 비난보다 인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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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현 성 심리학자

어릴 때 들었던 ‘세상 참 많이 변했다’는 말을 요즘 실감한다. 얼마 전부터 한 TV프로그램에서 10대의 나이로 부모가 된 엄마, 아빠의 일상을 방영하고 있다. 이전의 우리의 정서로 봐서는 숨기기에 급급하고 학교 다닐 때 임신해서 아이 낳은 게 무슨 자랑할 일이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 바빴을 거다. 어쩌면 지금도 그런 시선은 곳곳에서 뿜어져 나와 어린 부모들을 더욱 움츠러들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들은 모자이크 하나 없이 아이와 부모, 경제적, 정신적 어려움이 많은 일상생활을 다 공개하며 자신을 드러낸 것일까? 아마도 오랜 시간 사회가 만든 낙인, 미성년의 나이로 임신과 출산을 하는 것을 좋게 보지 않으니 죄책감과 수치감을 느끼게 만드는 그 낙인을 벗고,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 잘못된 낙인을 지우고 싶은 마음,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음에 대한 인정을 받기 원함이다.

그런데 그런 아이들을 보며 비난과 막말을 하는 성인들 중에는 성숙하지 못한 어른도 많다. 이런 프로그램이 미성년자들의 임신과 출산을 조장하고 미화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물론 방송에 나온 출연진의 말만으로 요즘의 10대들이 모두 그렇다고 할 수도 없고, 출연진과 같은 경우가 극소수에 해당한다고 할 수도 없다.

일어나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그 가운데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맞다. 예를 들어 임신한 10대는 혼인신고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린 부부가 병원을 가서도 보호자로서 역할을 수행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이 경우 부모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그들의 부모마저 자식을 낙인찍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내치면 이들은 구석에 몰리게 되는 것이다. 어린 부모나 미혼모 역시 사회의 일원임을 인정해야 한다. 그들의 선택에 문제가 있다면 정확히 그 문제를 알게 하되 해결을 위해 사회가 유기적으로 도와야 한다.

그런 종류의 프로그램은 청소년들에게 잘못된 성인식을 심어주니까 보여주면 안 된다는 사고보다 그런 경우를 보며 간접적으로 청소년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현실을 알아차리게 하는 것, 책임의 무게가 얼마나 큰 것인가 깨닫게 하는 것, 육아는 혼자의 의지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 등의 교육을 훨씬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계기로 삼자. 굳이 어렵고 무겁게 이야기를 꺼낼 필요 없이 일상생활 중 아이들의 생각을 듣고 가르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말하지 않고 어딘가 감춰두면 정말 드러나지 않는다고 믿는가? 불편함이 있더라도 실체가 드러나도록 하면서 똑바로 바라볼 용기가 필요하다. 어리지만 부모가 된 미성년 부모도, 그들이 낳은 아이들도 우리의 미래이며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일부임을 인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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