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면서 장기밀매에까지 내몰린 아프가니스탄인들이 신장 수술 자국을 보여주고 있다. 트위터 캡처

탈레반이 재집권한 이후 아프가니스탄의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면서 아프간인들이 장기 밀매로까지 내몰리고 있다. 아프간에서도 장기 밀매는 불법이지만 보건당국과 병원 관계자 모두 밀매에 눈을 감아주면서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탈레반 재집권 후 경제 나락
시내 곳곳에 ‘신장 매매’ 광고

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서부 헤라트시에서 돈을 받고 신장을 파는 장기 밀매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시내 벽과 가로등에는 신장 매매 광고지가 버젓이 붙어 있고, 중개인들이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며 명함을 배포하는 등 활개를 치고 있다.

온 마을 사람들이 신장 하나를 팔고, 남은 하나로 살아 ‘신장 하나 마을’(one kidney village)이라 불리는 곳까지 생겨났다.

WSJ에 따르면 헤라트시의 2개 병원에서는 매달 15∼20건의 신장이식 수술이 이뤄지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최근 6개월 동안 신장 이식 수술 요청이 급격히 늘었다”며 “현재 입원 환자 13명 가운데 12명이 다른 지역에서 왔으며 모두 장기에 대한 대가로 돈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굴 모하마드는 빚진 돈을 갚지 못해 15세 된 아들을 수술대에 올려야 했다. 그는 신장 결석이 있었고, 그의 아내는 당뇨병이 있었기 때문에 둘째 아들밖에 선택지가 없었다. 아들의 신장을 제거한 대가로 모하마드는 빚을 갚기에 충분한 4500달러(약 556만 원)를 받았다. 그는 “결단을 내린 밤, 너무 많이 울었다. 그것이 마지막 선택이었다”면서 “세상에 아들의 신장을 팔고 싶어하는 아버지는 없다”고 말했다. 다섯 아이의 엄마인 20대 후반 나자닌도 지독한 가난 때문에 신장을 팔았다. 그의 남편은 아편 중독으로 일을 못 하고, 나자닌이 빨래를 해서 버는 하루 수입은 1달러도 되지 않는다.

탈레반도 이들이 장기 밀매에 내몰린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정부 대변인은 오히려 “헤라트의 신장 거래 뒤에는 국제 밀매업자들이 있다”며 “정부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에 국제사회가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에 따르면 3900만 인구의 절반 이상이 현재 극심한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 아프간은 수십 년간 전쟁으로 정부 재정 자립 능력이 사실상 바닥난 상태였는데 탈레반 재집권 후 만성적인 외화 부족이 더 심해졌다. 이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