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차세대 ICBM 시험 발사… 세계 상대로 또 ‘핵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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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잊을 만 하면’ 세계를 상대로 핵 위협을 가해 온 러시아가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RS-28 ‘사르맛’의 첫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사르맛에 장착된 핵탄두의 위력은 태평양전쟁 당시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보다 2000배나 큰 것으로 평가된다.

20일(현지시간) 타스·스푸트니크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오후 3시12분 아르한겔스크주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사르맛 ICBM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시험용 탄두는 캄차카반도의 예정된 지역에 정확히 명중했다”며 “이번이 사르맛 미사일의 첫 시험 발사”라고 전했다. 이어 “테스트 과정이 마무리되면 사르맛 미사일은 전략 미사일 부대에 실전 배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히로시마 원폭 2000배 위력 평가
사르맛 미사일 발사 성공 발표
푸틴 “러 위협 세력 다시 생각할 것”
미국 “놀랄 일 아니다” 의미 축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이날 TV 연설을 통해 사르맛의 시험 발사 성공을 축하했다. 그는 “이 독특한 무기는 우리 군의 전투력을 강화하고, 위협으로부터 러시아의 안보를 확실히 보장할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를 위협하려는 적들을 다시 생각하게 할 것”이라고 경고성 발언을 했다.

사르맛은 2009년부터 우랄산맥 인근 첼랴빈스크주 마케예프 로켓 설계국에 의해 개발돼온 격납고 발사형 3단 액체연료 로켓 ICBM이다. 러시아는 이 미사일의 개발을 2018년 완료한 뒤 여러 차례 시험 발사를 미뤄왔지만 서방과의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미사일 시험을 단행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러시아는 이 ICBM을 올 가을 실전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대 사거리가 1만 8000km인 사르맛은 메가톤(TNT 폭발력 100만t)급 핵탄두(MIRV)를 15개까지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오브젝트 4202’(object 4202)로 불리는 신형 극초음속(HGV. 음속의 5배 이상) 탄두 탑재도 가능하다.

지구상 어느 곳이든 1시간 내에 타격할 수 있는 HGV는 미사일에서 분리된 뒤에도 자체 경로를 따라 비행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사르맛 1기로 프랑스 전체나 미국 텍사스주 정도의 지역을 완전히 초토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한 싱크탱크인 ‘IMEMO RAS’의 드미트리 스테파노비치 연구원은 WSJ에 “러시아가 핵 전술을 구사하는 것은 서방에 러시아와 관련한 문제를 군사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서방에서 잘 접수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서방국들이 러시아를 비난하면서도 직접적인 전쟁을 벌일 생각은 없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에 여러 차례 핵 무기를 언급했지만 ICBM을 발사하며 실질적인 핵 위협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는 시험 발사 전 미국에 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방부는 그러나 이날 러시아의 ICBM 시험 발사가 통상적인 일이며, 미국과 동맹에 위협이 된다고 평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과 러시아는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에 따라 ICBM을 시험 발사할 경우 상대국에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에서는 참사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러시아군은 마리우폴을 점령했다고 공식 선언했다. 그러면서 최후 저항지 아조우스탈을 공격하는 대신 봉쇄하겠다고 밝혀 고사 작전에 따른 대규모 인명 피해가 우려된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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