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수백만 원이…” 신한 이어 롯데카드도 부정 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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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용카드 앱을 사용한 적 없는 고객을 대상으로 타인이 개인정보를 도용해 앱을 설치한 뒤 불법으로 수백만 원을 결제하는 피해사례가 속출해 경찰과 금융감독원이 조사에 나섰다. 신한카드에 이어 롯데카드에서도 이런 피해 사례가 나와 국내 신용카드사 전체로 피해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롯데카드 회원인 50대 고객
37차례 750만 원 결제 피해 호소
해킹·개인정보 유출 등 의심 신고경찰에 신고·카드사 미확인 항의
신한카드, 앱 통한 유사 사례 속출
피해자들 모임 결성하고 보상 요구
금감원 “카드사에 확인 자료 요청”

부산 사상경찰서는 지난 4일 50대 A 씨로부터 신용카드 부정사용 피해 신고를 받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 등에 따르면 A 씨는 지난달 21일부터 25일까지 37차례에 걸쳐 750만 원 상당의 금액이 불법으로 결제됐다고 주장한다. 롯데카드 이용자인 A 씨는 지난 2일 신용카드사로부터 카드 결제 한도를 초과했다는 사실을 듣고 사용내역을 조회했다 깜짝 놀랐다. 자신이 한 번도 설치한 적 없는 롯데카드 앱을 통해 750만 원가량의 금액이 결제됐기 때문이다. 결제 내역은 ‘11번가’와 같은 인터넷 쇼핑몰을 통한 문화상품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이용권 구매가 주를 이뤘다.

지금까지 롯데카드 앱을 사용해본 적 없었던 A 씨는 해킹,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결제가 부정하게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카드사에 도난신고를 한 다음 경찰에도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A 씨는 “피해를 보기 전까지 카드 앱을 통한 결제가 가능한지조차 몰랐고, 이렇게 손쉽게 결제가 가능할 것이라고는 더욱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며칠 사이에 수십건의 거래가 발생했지만 카드사 고객 본인이 스스로 결제한 것이 맞는지를 카드사가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않은 것은 고객정보 관리와 보안에 손 놓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최근 신한카드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카드 앱을 설치하지 않은 이용자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앱을 통해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의 결제 피해를 입은 유사 피해 사례가 속출했다. 지금까지 신한카드 부정결제 피해자는 30명이 넘고 피해금액은 3000만 원을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앱카드부정사용피해자모임’이라는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신한카드 측에 보상과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해당 모임의 회원 수는 200명이 넘고, 신한카드 이외 다른 카드사 이용자도 피해를 호소하기도 해 피해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신한카드 사고 이후 지난 15일 금융감독원은 “신한카드에 현재까지 발생한 소비자의 피해 구제에 적극 노력하도록 지도했다”며 “사고발생 경위, 문제점, 소비자 피해 구제의 적정성 등에 대해서는 별도의 수시검사를 진행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신한카드 측은 피해자들에게 선 보상을 약속하고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내부 프로세스 정밀점검, 경찰조사 등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롯데카드 측은 A 씨 피해사례에 대해 현재 내부적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으며,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경위가 밝혀질 때까지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앱 해킹이나 내부정보 유출과는 전혀 관계없는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관련 민원이 접수돼 다음 달 12일까지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금감원 측에 자료를 제출할 것”이라면서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결제 금액이 청구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한 상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유사 사례 신고 건수나 금액 등은 알려주기 어렵다면서 A 씨의 피해 사례를 접수하고 롯데카드 측에 관련 자료를 요청하는 등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 25일 카드사 측에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자료를 요청했고 이를 검토한 후 카드사의 위법성이 있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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