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선거사무’ 개선하자는데… 선관위, 일방 법제화 ‘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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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소쿠리 투표’로 부실 선거관리 오명을 얻은 중앙선관위가 최근 지방공무원의 선거사무 법제화를 개선안으로 제시해 공무원들의 집단반발을 사고 있다.

공무원 노조는 “일을 떠넘기려는 꼼수”라며 선거사무 거부 의사까지 밝혀, 자칫 선거사무원이 대거 부족해지는 ‘선거사무 대란’ 우려마저 나온다.

사전투표 부실관리 논란 중앙선관위
지방공무원 선거사무 동원 법제화
재발 방지 대책 발표에 ‘집단 반발’
공무원노조 “시행 땐 협상 무효”
6·1 지방선거 사무 대란 우려도

27일 전국공무원노조 부산지부에 따르면 최근 중앙선관위는 선거관리 혁신안으로 지방공무원의 선거사무를 법제화하는 방안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표했다. 앞서 중앙선관위는 지난 대선 사전투표 관리부실 논란이 일자, 혁신위를 꾸려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았다. 혁신위 보고서는 지난 대선의 관리 부실 주요 원인을 지방공무원과 선관위 간 미비한 협조체계와 투표사무원 인력수급난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혁신위는 인력 확보를 위해 지금까지 선택적으로 운용돼온 지방공무원의 선거사무를 지방자치법에 명시해 의무화하겠다는 개선안을 제시했다.

혁신위 보고서 내용이 공개되자 전국 공무원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선거업무를 통째로 지방공무원에게 떠넘기려는 꼼수”라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전국공무원노조 부산본부는 성명서를 통해 “중앙선관위 혁신위가 제출한 '선거사무의 지방자치단체 지정 계획'을 규탄한다”며 “제시된 계획안이 실제로 시행될 경우, 지금까지 선관위와 협의했던 선거사무 개선 방안을 무효화시키고, 지방공무원의 6·1 지방선거 사무 거부 투쟁을 시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번 개선안은 노조와 선관위가 선거사무 제도개선 협의 중에 일방적으로 공개되면서 더 큰 반발을 부르고 있다. 공무원 노조는 선거사무 강제동원이 부당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고, 지난 대선에서는 집단행동도 벌였다. 방역업무에 선거사무까지 겹치자 노조 측은 '한계에 달했다'며 각 구·군 선관위 측에 집단 항의를 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해 5월 법원은 ‘선거사무원 위촉은 자율참여에 근거하며, 상호 의사가 합치하지 않을 시 누구나 거부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놓아, 노조의 주장에 상당한 힘이 실리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예 지방공무원의 선거사무 동원을 법제화하는 방안이 제시된 것이다.

현재 공무원노조 부산본부는 선관위와 선거사무 제도 개선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노조 측에 따르면 노조와 부산시 선관위는 2차례 면담을 통해 선거사무원 지방공무원 인력 비율 30% 이내 개선과 선거사무 영상 사전 배포 등의 협상안까지 도출했다.

하지만 중앙선관위의 개선안대로 지방공무원의 선거사무 동원이 법제화되면, 지금까지의 협상은 사실상 무의미해진다. 노조의 격렬한 반발도 불가피해, 선거 준비 과정에서 상당한 혼선이 예상된다. 전국공무원노조 부산지역본부 서영호 사무처장은 “최근 혁신위가 공표한 '선거사무 강제동원' 안이 법제화될 경우, 지금까지의 협상안을 무효화시키는 것은 물론 집단 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선거 사무는 엄연히 선관위의 업무인데, 이를 지방 공무원에 전가하는 것은 직무 유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선관위 측은 ‘지방공무원의 선거사무 법제화’가 혁신위가 제안한 개선책 중 하나로 확정안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부산시 선관위 관계자는 “중앙선관위 혁신위 측에서 개선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제시된 하나의 안일뿐 확정된 것은 없다”며 “시 선관위는 노조와 협상안대로 이번 대선에서 시청, 교육청 등 국가기관에서 최대한 다양한 인력을 확보해 지방공무원 30% 이내 비율에 맞출 예정”이라고 밝혔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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