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이번엔 ICBM 도발, 핵실험만 남았다 (종합)
3일 ‘화성-17형’ 미사일 발사
윤 대통령 ‘핵실험 대비’ 지시
북한이 3일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전날(2일) 한·미 연합훈련을 빌미로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공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쏘는 등 9월 말 이후 9·19 군사합의를 위반하는 포격 도발을 일삼더니 급기야 전략적 도발로 간주하는 장거리탄도미사일까지 쏘아올린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더욱 고조된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7시 40분 평양 순안 일대에서 최신 ICBM 화성-17형을 발사했으나 2단 분리 이후 정상 비행을 하지 못해 동해상에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 최고 고도 약 1920㎞, 비행거리 760㎞, 최고 속도 약 마하 15(음속 15배)로 탐지됐다. 북한은 오전 8시 39분 평안남도 개천 일대에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도 발사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 초대형 방사포(KN-25) 등의 계열로 추정된다.
이날 실패했지만, 북한이 ICBM 도발까지 감행하면서 이제 남은 카드는 7차 핵실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대통령실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찾아 “한·미 확장억제 실행력을 더욱 강화하고 한·미· 일 안보협력도 확대하라”고 지시했다. 사실상 ‘핵실험에 대비하라’는 주문이다. 당장 한·미 공군은 북한이 도발 수위를 끌어올림에 따라 4일까지로 예정된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을 연장했다.
북한은 이미 7차 핵실험 준비를 마치고 김정은 위원장의 결심만 있으면 언제든지 핵 단추를 누를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게 한·미 정보당국의 판단이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미국 중간선거일인 오는 8일 이전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미국 관측도 다르지 않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일(현지 시각) 브리핑에서 “7차 핵실험을 포함해 북한의 잠재적인 추가 도발을 여전히 우려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ICBM 발사가 실패한 상황을 고려하면 발사 성공률을 높이려는 보완책 마련에 시간이 걸려 핵실험 시기가 늦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