졌지만 잘 싸웠다… 민주당, 하원 내줬지만 상원은 무승부 [미국 중간선거]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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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4년 만에 하원 다수당
상원 100석 중 양당 49석씩 확보
공화당 압승 예상과 달리 접전
바이든 국정 운영 타격은 불가피
트럼프 맞수 플로리다 지사 재선
아칸소 최초 부녀 주지사도 탄생

11·8 미국 중간선거에서 뉴욕 주지사로 당선된 캐시 호컬이 가족들과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1·8 미국 중간선거에서 뉴욕 주지사로 당선된 캐시 호컬이 가족들과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일찌감치 재선에 성공한 뒤 가족들과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는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차기 공화당 대권 유력 후보이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항마로 꼽힌다. EPA연합뉴스 일찌감치 재선에 성공한 뒤 가족들과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는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차기 공화당 대권 유력 후보이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항마로 꼽힌다. EPA연합뉴스

11·8 미국 중간선거 개표 결과 거센 ‘레드 웨이브’(공화당 상·하원 장악)는 없었다. 공화당은 4년 만에 하원 다수당 자리를 차지했지만, 상원은 확실한 우세를 점하지 못했다. 반대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상원에서 선전했지만, 하원을 뺏긴 만큼 후반기 국정 운영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개표 후반기인 9일 오전 4시(미 동부시간) 선거예측사이트 270투윈에 따르면 상원의 경우 전체 100석 중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49석 가져갈 것으로 예측됐다. 당선자가 예측되지 않은 곳은 네바다·조지아주 2곳이다. 현재 조지아는 민주당, 네바다는 공화당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오지만 조지아는 결선 투표가 이뤄질 수 있다. 즉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49~51석을 가져갈 수 있다. 선거 직전 외신이 전망한 것에 비해서는 공화당 기세가 약했다. 조지아는 95% 개표 상황에서 민주당 라파엘 워녹 상원의원 49.4%, 공화당 허셜 워커 48.5%로 박빙 대결을 벌이고 있다. 주 법에 따라 모든 후보가 과반 득표에 실패하면 결선 투표가 다음 달 6일 치러진다.

반면 270투윈은 하원의 경우 공화당 221석, 민주당 207석, 접전 7석으로 예측했다. 마찬가지로 주요 외신 등이 분석한 것보다 차이가 적어 민주당이 예상 외로 선방한 것으로 해석된다. 주지사 선거에서도 민주당은 약진했다. CNN 방송은 이날 오전 2시 기준으로 주지사 선거 36곳 중 민주당이 14곳, 공화당이 16곳에서 각각 승리하는 것으로 예측했다. 12곳을 수성하고 2곳을 추가 탈환한다는 것이다.

주지사 선거에서는 화제의 인물들이 다수 당선됐다. 공화당 유력 대선후보이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쟁자로 떠오른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일찌감치 재선에 성공했다. 민주당이 수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됐던 뉴욕주에서는 민주당 캐시 호컬이 당선됐다. 호컬은 앤드로쿠오모 전 뉴욕 주지사가 성추행 파문으로 사임하면서 1년간 주지사직을 맡아왔다. 선거를 통해 뉴욕주에서 여성이 주지사에 당선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칸소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공화당 세라 허커비 샌더스 후보도 이 주의 최초 여성 주지사이자 부녀 주지사가 됐다. 그의 아버지는 1996~2007년 아칸소 주지사를 지냈다. 매사추세츠 주지사에는 동성애자임을 밝혔던 민주당 모라 힐리가 당선됐다.

민주당 유세를 이끌었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참패를 면했지만 하원의 견제로 인해 후반기 정책 추진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차기 하원의장으로 전통적 보수주의자이자 친트럼프 성향의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가 유력해 고강도 견제가 예고된다. 공화당은 당장 코로나19 회복, 인프라 구축을 위한 대규모 확장 재정, 기후변화 관련 입법 등에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나 대북 정책 등은 양당 모두 기본적으로 일치된 입장을 보여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인플레이션 등 악화한 경제 상황으로 현 정권을 심판하는 동시에 공화당에도 경고를 보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 데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대선이 사기라는 트럼프의 주장을 지지한 225명 이상의 상·하원 의원, 주지사, 주 국무장관 등의 후보가 중간선거에 출마했지만 돈 볼덕 뉴햄프셔 상원의원 후보 등 적지 않은 이들이 패했다”고 전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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