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 기능 상실한 정부·국회, 결국 물류대란 불렀다
5개월 넘게 안전운임제 개정 답보
국토부·여당은 되레 합의파기안
정쟁 밀려 관련 법안 심의도 불발
화물연대, 올해 두번째 파업 강행
산업 전반에 수조 원대 피해 우려
1년 내 두 번의 파업이라는 사상 초유의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해 정부와 국회가 중재 기능을 상실한 채 갈등만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올해에만 산업 전반에 수조 원대의 물류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와 국회가 물류대란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는 6월 국토교통부와 ‘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 합의를 전제로 8일간 이어왔던 총파업을 중단했지만, 이후 정부와 국회는 5개월이 넘도록 안전운임제 개정 논의를 진척시키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부와 여당은 화물연대가 예고한 재파업을 이틀 앞둔 지난 22일 ‘일몰제 3년 연장, 품목확대 불가’라는 사실상의 합의파기안을 제시해 강대강 대치를 예고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안전운임제를 둘러싼 화물연대와 화주와의 갈등을 중재하기는커녕 오히려 기름을 붓는 겪이었다. 한 총리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불법적 운송거부나 운송 방해 행위에 대해서는 일체 관용 없는 모든 조치를 강구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히며 합의점을 찾는 대신 화물연대를 맹비난하면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에 화물연대는 24일 두번째 파업을 끝내 공식화 했다.
국토부는 지난 15일을 마지막으로 화물연대와 공식적인 교섭을 하지 않고 있다. 국토부는 6월 화물연대 파업 당시 “운영 중인 안전운임제를 지속 추진하고, 품목확대 등을 논의한다”고 밝혔고, 화물연대의 파업 철회 이후 안전운임제 관련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다. 하지만 태스크포스팀에는 정작 핵심 주체인 화물연대가 빠져 빈축을 사기도 했다.
여야도 중재자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국민의힘은 중재에 적극 나서는 대신 화물연대의 총파업에 대해 강경한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22일 “자신들의 조직을 키우기 위해 국민과 국가 산업을 볼모로 잡아 이익을 추구하겠다는 이기적 행태에 대해서는 결코 협상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고 말하면서 오히려 화물연대와의 갈등을 키워나갔다.
관련 법안도 국회에서 논의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안전운임제 품목 확대와 일몰제를 폐지하는 법안을 각각 발의했지만 실제 법안 심의로 이어지진 못했다. 관련 법안은 국토교통위로 넘어와 지난 16일 법안소위에서 논의될 예정이었으나, 민주당이 내년도 예산안을 강행 처리하면서 파행했다. 여야가 예산안을 두고 정쟁을 벌이면서 산업전반에 수조 원의 피해를 발생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안전운임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9월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에서 국토부로부터 안전운임제 시행결과와 논의사항에 대한 보고를 받고 여야 의원 사이에 공방이 오갔을 뿐이다. 이후 민생특위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지난달 말 빈손으로 문을 닫았다. 화물연대는 “총파업 일정을 파업 10일 전인 지난 14일 공표한 것은 극한상황까지 가기 전에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사태를 해결해주기를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