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삼겹살데이 20주년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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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일. 이날은 3이란 숫자가 두 번 들어가고 겹쳐서 삼겹이 된다는 뜻에서 삼겹살을 먹는 날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른바 삼겹살데이다. 삼삼데이로도 불린다. 올해로 어느덧 20주년을 맞았다.

이같이 특정한 날에 갖은 의미를 부여해 연관된 상품의 구매를 유도하는 마케팅 기법이 오래전부터 성행해 왔다. 이러한 데이 마케팅이 만들어 낸 상업적 기념일은 밸런타인데이(2월 14일), 화이트데이(3월 14일), 블랙데이(4월 14일) 등 무려 수십 개에 달한다. 대부분의 날에는 무분별한 상술 또는 얄팍한 상혼이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반면 삼겹살데이는 국내산 돼지고기 소비 부진으로 실의에 빠진 양돈 농가를 돕자는 선의로 출발한 게 다른 점이다. 소비자의 호응이 큰 이유다.

2003년 경기도 파주시 파주연천축협은 한 조합원의 제안에 따라 3월 3일을 삼겹살데이로 지정해 홍보하며 다양한 판촉 행사를 벌였다. 삼겹살데이의 시작이다. 이는 2000년, 2002년 돼지 구제역이 창궐하는 바람에 돈육 판매량이 급감하고 재고가 1만t에 달해 소비 진작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특히 2002년 구제역 파동으로 전국에서 애지중지 키우던 돼지 140여만 마리가 살처분돼 축산 농가의 피해와 어려움은 가중됐다. 이후 축협이 농가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매년 유통업체들과 함께 돈육 할인, 무료 시식회 등 대규모 이벤트를 펼치면서 전국적인 기념일로 굳어졌다.

삼겹살데이 덕분에 소비량이 늘어난 가운데 시중에 팔리는 삼겹살의 절반가량은 수입품이어서 취지가 퇴색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2020년 한 해 수입된 돼지고기 31만 466t 중 삼겹살이 41.5%인 12만 8958t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을 정도다. 더욱이 삼겹살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가정 수요가 급증한 데다 고물가가 이어지자 금겹살로 불릴 만큼 값이 올라 더는 서민의 식품으로 보기 어렵게 됐다.

아무튼 축협과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는 삼겹살데이 20주년을 기념해 이달 한 달간 전국에서 삼겹살을 포함한 국산 돈육 소비 캠페인을 사상 최대 규모로 펼치기로 했다. 전국 대형마트에서 일부 품목을 50% 할인하는 등 다채로운 온오프라인 판매 행사를 마련한다. 때마침 삼겹살과 찰떡궁합인 미나리가 제철을 맞아 알싸한 향기를 머금은 채 출하되고 있다. 양돈 농가를 위한 이번 행사에서 한돈을 사서 조리해 먹으며 겨우내 묵은 때와 몸에 쌓인 중금속을 씻어 내고 건강도 다지면 좋겠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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