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수면-수중, 바다와 인간을 생각하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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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미국 작가 바이런 킴
부산 첫 개인전 ‘마린 레이어’
4월 23일까지 국제갤러리
“팬데믹 속 바다 수영서 영감”

바이런 킴 'B.Q.O. 27'(2022). 국제갤러리(사진 안천호) 제공 바이런 킴 'B.Q.O. 27'(2022). 국제갤러리(사진 안천호) 제공

바다를 느끼다. 물을 탐구하고 그리다.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작가 바이런 킴이 바다 수영에서 받은 영감을 다룬 신작을 선보인다. 바이런 킴 개인전 ‘마린 레이어’가 부산 수영구 망미동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4월 23일까지 열린다. 국제갤러리 서울점에서 가진 ‘스카이’ 이후 5년 만의 전시이면서 부산에서 처음 열리는 개인전이다.

바이런 킴은 1961년 미국 샌디에이고 라호야에서 태어났다. 예일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바이런 킴은 스코히건 회화조각학교에서 공부했다. 바이런 킴은 1993년 휘트니 비엔날레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피부색을 재현한 ‘제유법’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그는 2001년부터는 매주 일요일 하늘을 회화로 기록하는 ‘선데이 페인팅’ 시리즈도 진행하고 있다.

바이런 킴 작가가 지난 17일 부산 수영구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바다 수영에서 영감을 얻은 'B.Q.O' 신작 시리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금아 기자 바이런 킴 작가가 지난 17일 부산 수영구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바다 수영에서 영감을 얻은 'B.Q.O' 신작 시리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금아 기자
바이런 킴 'B.Q.O. 31(Canyonview, UCSD)'(2022). 수영장에서 받은 느낌을 표현한 작품이다. 국제갤러리(사진 안천호) 제공 바이런 킴 'B.Q.O. 31(Canyonview, UCSD)'(2022). 수영장에서 받은 느낌을 표현한 작품이다. 국제갤러리(사진 안천호) 제공

‘마린 레이어’전은 바다 수영을 하며 작가가 경험한 물에 대한 탐구와 사유를 보여준다. 바이런 킴은 “팬데믹으로 느낀 갑갑함에서 탈출하고 싶어서 바다 수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바다에서 수영을 하며 나는 내 몸과 새로운 관계 형성을 할 수 있었다’는 작가는 3개의 캔버스 패널로 바다 수영의 시간을 재구성했다.

바이런 킴은 캔버스 아래쪽에서부터 수중, 수면, 하늘을 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잠수하면 수중은 잘 보이는 데 비해 수면은 시야가 제한적”이라며, 중간 캔버스를 아래·위 캔버스(71.12cm)보다 살짝 짧은 66.04cm로 했다고 밝혔다.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열리고 있는 바이런 킴 개인전 '마린 레이어' 전시장 모습. 국제갤러리 제공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열리고 있는 바이런 킴 개인전 '마린 레이어' 전시장 모습. 국제갤러리 제공

이번에 전시된 시리즈의 제목 ‘B.Q.O’는 세 편의 소설 등장인물의 이름에서 따왔다. B는 폴란드 작가 스타니스와프 렘의 <솔라리스>에 나오는 버튼, Q는 허먼 멜빌 <모비 딕> 속 작살잡이 퀴케그, O는 호메로스 <오디세이아>의 오디세우스이다. 세 소설은 바이런 킴이 2020년 레지던시를 위해 머물던 플로리다주 캡티바 섬에서 읽은 작품이다. 작가는 소설 속의 세 인물은 ‘바다와 고군분투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고 했다.

각 작품에 등장하는 물의 이미지는 라호야의 바다, 코네티컷주 토비 호수, 수영장 3개 장소를 기반으로 한다. 낚시꾼에게 들었던 상어 이야기, 수영하는 자기 몸에 부딪친 빛의 반사, 수영을 하면서 느낀 희열 등 바이런 킴이 체험하고 느낀 바다(물)가 캔버스 위에 펼쳐진다. 바이런 킴은 “수중에서는 하늘을 직접 보기가 어렵기 때문에” 하늘은 ‘그때 하늘이 어땠더라’ 하며 그리게 된다고 했다. 하늘도 수면도 회색인 ‘B.Q.O. 34(Marine Layer)’는 안개 낀 라호야의 바다 모습이다.

바이런 킴 'B.Q.O. 34(Marine Layer)'(2023). 국제갤러리(사진 안천호) 제공 바이런 킴 'B.Q.O. 34(Marine Layer)'(2023). 국제갤러리(사진 안천호) 제공

팬데믹을 계기로 바다와 관계를 맺은 바이런 킴은 작품을 통해 바다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환기한다. “바다가 죽어버리면 인류도 곤경에 처합니다. 소설 속 버튼과 같은 인물이 정부에 경고해도 정부가 듣지 않아요. 표면적으로는 안 드러나지만 ‘바다를 보호해야 한다’는 의미를 작품에 심어두고 싶었습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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