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지는 이야기] 염증 조절 잘해야 장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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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영 부산대학교 약학대학 석좌교수 동남권항노화의학회 고문

노화와 노인성 질환에 대해 가장 잘 알려진 가설은 1956년 하만 박사가 제안한 자유 유리기(활성산소) 이론으로, 생체 내에서 끊임없이 생성되는 활성산소가 노화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 가설을 실험으로 증명하고 더욱 구체화해서 발전시킨 것이 산화스트레스(활성산소) 가설이며, 1996년 텍사스대 유병팔 박사가 제안했다.

필자의 연구실에서도 노화 과정의 미세한 염증반응에서 생성되는 활성산소가 노화의 주범이라는 것을 확인해, 2000년에 노화의 분자(미세)염증가설을 세계 최초로 제안했다. 이것은 노화 과정에서 미세하게 일어나는 만성염증으로 인해 끊임없이 활성산소가 형성되고, 이것이 또다시 새로운 미세염증반응을 촉발하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증폭하면서 노화가 촉진된다는 구체적인 분자기전을 제시했다. 그리고 수명 연장 효과를 나타내는 식이제한과 식이제한 모방물질에 의해 미세염증반응이 제어된다는 연구를 통해 이 가설을 증명했다.

나이가 들면 몸 여기저기에 뻐근하고 아픈 부위가 나타나는데, 이것이 바로 만성 미세염증이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이것을 억제하기 위해 소염제를 복용하면 장수할 수 있을까? 소염제는 만성 미세염증을 억제할 수는 있지만, 인체에 필요한 정상적인 면역반응까지도 억제하기 때문에 장기 투여하면 오히려 수명 연장에 역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그러면 만성 미세염증을 유발하는 근원적인 요인은 무엇일까? 필자가 이 의문을 풀기 위해 노화 빅데이터를 분석해 본 결과, 노화에는 염증반응, 대사변화 및 노화세포분비체(SASP)가 모두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노화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인 노화염증(senoinflammation) 가설을 제안하게 됐다. 노화염증을 조절하면 노화가 제어된다는 사실을 식이제한 연구로 증명했고, 인간 생명체정보(오믹스) 빅데이터 분석으로도 이러한 개념이 재현된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최근 많은 연구자들이 노화세포를 제거하는 세노라이시스(senolysis) 등을 통해 노화를 제어하는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필자의 연구실에서는 더 근원적으로 노화 과정에서 일어나는 대사이상, 즉 노화대사에서 노화세포로의 연결고리를 제어하는 인자들을 찾아서 이를 조절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들은 이제 막 시작 단계이다. 앞으로 노화 관련 빅데이터 분석과 AI 및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총체적으로 생명체에 접근하는 시스템적 연구를 통해 노화가 진행되는 과정을 통합적으로 잘 이해하고 조절하게 되면, 머지않아 건강장수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이 나오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노화염증 반응은 노화와 노인성 질환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며, 이를 조절하는 약물을 개발하고, 생활 습관 개선을 실천해 노화염증을 잘 조절하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정해영 부산대학교 약학대학 석좌교수 동남권항노화의학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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