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고향사랑기부제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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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진 사회부 차장

뭐든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다고 했다. 시행 100일째, 떠들썩했던 분위기에 비해 다소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아 든 고향사랑기부제도 마찬가지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건전한 기부문화 정착과 지역 간 재정자립도 격차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도입됐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 관련법이 발의된 이후, 2021년 10월 제정된 ‘고향사랑기부금에관한법률’이 올해 1월 1일 시행되면서 모금이 시작됐다.

국민 누구나 고향이나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제외한 광역 또는 기초지방자치단체에 1인당 연간 최대 500만 원까지 일정 금액을 기부하면 세액공제와 답례품을 받을 수 있다. 10만 원까지는 전액, 10만 원 초과 금액은 16.5%를 공제해 준다.

적립된 기부금은 복지 청소년육성·보호사업, 지역공동체 활성화 사업, 주민 복리 증진, 지역 문화 예술 지원 사업 재원으로 활용된다. 시행을 앞두고 논란이나 우려의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방자치에 어긋나는 데다, 정부의 공공서비스를 받는 자가 조세를 부담해야 한다는 과세원칙에도 위배된다는 것이다. 지자체 간 과도한 경쟁도 걱정거리였다. 그럼에도 법률까지 만들어 시행하는 이유는 민간의 자발적 참여로 지역 균형 발전을 이끌 수 있는 대안이기 때문이다. 시행 전만 해도 상당한 반향이 기대됐다. 애초 경남연구원에서 추산한 모금 예상액은 도내 18개 시군을 통틀어 218억 원 상당이었다. 전국에 흩어진 출향인을 잠재기부자로 고려해 잡은 기대치였다. 그러나 현실은 딴판이다. 3월 말 기준 경남지역 누적 기부액은 11억 9000여 만 원에 그쳤다. 지자체 1곳당 태반이 5000만 원 안팎이다. 1억 원을 넘긴 지자체는 한 손에 꼽을 정도다.

하지만 지레 낙담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성공 모델로 삼는 일본도 그랬다. 일본은 2008년 ‘고향납세’를 통해 같은 제도를 시행했다. 일본 총무성이 내놓은 ‘고향납세 현황 조사’를 보면 2021년도 고향납세 총액은 약 8302억 엔, 우리 돈 8조 원이 넘는다. 도입 첫 해 기부액이 81억 엔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14년 만에 100배가 넘게 증가한 셈이다.

일본 역시 초기엔 큰 관심을 받지 못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이를 극복하려 내놓은 게 크라우드펀딩형 고향 납세제다. 이는 지역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사업에 기부하면 고향납세제와 같이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제도다.

일본 훗카이도 아비라정에서는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를 개설해 참여를 유도했다. 2018년 강진으로 마을 학교가 무너지자 지자체가 고향납세제도를 활용해 학교를 짓기로 한 것이다. 이를 통해 6200만 엔, 한화 6억 원 상당을 기부받았다. 기부 참여 대상을 기업으로 넓히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일본은 2016년부터 기업의 참여도 허용하고 있다. 기업에는 법인세 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여기에 최소 기부액을 설정하고 한도는 증액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자체는 기부 장려를 위한 유인책을 다양화하는 데 고민과 노력을 계속 해야 한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지역이 품은 모든 문제의 해법이 될 순 없다. 허나, 더 많은 국민이 함께한다면 더 많은 현안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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