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확장억제’ 위해 정보공유 수준 격상 유력
‘12년 만의 국빈 방문’ 쟁점은
대만·우크라 이슈 공조 조율
동맹 70주년 실질적 협력 구축
‘첨단기술 동맹’ 강화도 주목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미국 국빈 방문길에 오른다. 이번 방미 기간 중에는 두 나라 정상회담을 비롯해 국빈 만찬, 하버드대 연설,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 등 다양한 일정이 예정돼 있다.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미동맹 70주년에 걸맞은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도출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안보 이슈에 공동대응 나서나
윤 대통령이 이번 방미를 앞두고 외신 인터뷰를 통해 대만과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언급을 하는 바람에 중국·러시아와의 관계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중국은 인터뷰 내용 중 대만 관련 발언을 겨냥해 연일 날 선 반응을 보였고,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에 노골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
미국과의 안보 동맹 강화를 통해 한반도의 안보 위협을 낮춰야 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대만과 우크라이나 문제 같은 글로벌 이슈에서도 미국과의 공조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한·미동맹이 지난해 정상회담을 계기로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업그레이드된 점까지 고려하면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안보 논의가 핵심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두 사안은 지난해 정상회담 때 원론적인 수준에서 언급됐다. 정부 외교 기조가 미국, 일본 등 자유 진영과 더욱 밀착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국·러시아 입장에선 썩 달갑지 않은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크다. 이번 정상회담 직후 나올 한·미 공동성명에서 어느 정도 수위로 두 가지 문제가 언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북핵 ‘확장억제’ 강화 방안은
확장억제는 한국이 핵 공격 위협을 받을 때 미국이 핵우산이나 미사일 방어 체계 등을 동원해 미국 본토 수준의 억제력을 제공한다는 개념이다. 최근 북한이 핵·미사일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자 국내에서는 자체 핵무장 여론이 높아졌다. 이는 결국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확장억제 실효성 강화를 이번 정상회담의 최우선 의제로 추진해 왔다. 미국도 긍정적인 것으로 전해져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실행력을 끌어올릴 방안을 공동 문서에 담는 방안이 막판 조율되고 있다. 현재 운영되는 한·미 간 공조 체제를 보다 내실화하기 위해 이른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식 실행체계 모델이 거론되는 가운데 최소한 정보 공유, 공동 실행 등 한 발짝 가까운 공조체제 구축이 유력해 보인다.
■한국 기업 불이익 최소화
한·미 간에는 정상 외교로 풀어야 할 경제 분야 현안도 적지 않다. 대통령실은 전기차·배터리 분야 등에서의 ‘첨단기술동맹’을 강화하는 방안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상목 대통령 경제수석은 “원천 기술을 보유한 미국과 제조·생산에 강점이 있는 한국의 협력은 시너지 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경제 분야 현안은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법 등의 적용에서 한국 기업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는 미국을 설득해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지만 일본·독일·대만 등 관련 산업에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해관계를 본다면 미국과의 양자 협의만으로 성과를 도출하기는 힘들다는 관측도 있다.
세일즈 외교를 통한 수출 확대와 투자 유치도 이번 방미를 통해 기대하는 성과다. 주요 기업인 면담, 한·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한·미 첨단산업 포럼 등 일련의 경제 행사를 통해 미국 기업의 한국 투자를 이끌어내고 중소기업의 수출 확대를 도모한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구상이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