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서면 일대 현장 르포] 불안에 떠는 시민들 “도심서도 자꾸 뒤돌아봐요”
연이은 범죄에 “내가 피해자 될까” 공포
살인 예고 글 후 경비 수위 높여 긴장감
전술 장갑차·소총 무장한 특공대 투입
부산경찰청, 18일까지 특별치안활동
6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 쥬디스태화 인근 분위기는 무더운 날씨와 달리 서늘했다. 서면 하트 조형물 앞 도로에서는 전술 장갑차가 자리를 지켜 도심 속 낯선 풍경을 연출했다. 소총으로 무장한 경찰특공대는 서면 지하도상가를 집중적으로 순찰했고, 방패를 든 경찰도 2인 1조로 수상한 사람은 없는지 주위를 살폈다. 다중이용시설인 백화점 근처에서는 기동대가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서면 일대는 살인 예고 대상지로 지목된 장소 중 하나여서 지난 4일부터 경찰 경계가 한층 강화됐다. 유동 인구가 많은 서면 일대 경비 수위가 높아져 평소와 달리 긴장감이 감돌았다.
휴가 절정기인 주말에 ‘묻지마 흉기 난동’ 공포가 일상을 파고들었다. 도심에서 흉기 난동이 잇따라 발생하고, 살인을 예고하는 게시 글이 끊임없이 올라오자 국민들은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삼는 범죄가 연이어 벌어지자 ‘내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날 도시철도 1, 2호선 서면 지하도상가를 지나는 시민들은 최근 잇따라 발생한 무차별 흉기 난동 범죄와 ‘서면 살인 예고 글’을 의식한 듯 주위를 경계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모자를 푹 눌러 쓰거나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이 있으면 길을 걷다가 황급히 뒤를 돌아보기도 했다. 경찰이 누군가와 대화하면 이어폰을 끼고 지나던 시민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쳐다봤다.
20대 최 모 씨가 앞서 지난 3일 자동차를 몰고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인근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 다수를 들이받고 AK플라자에서는 흉기를 휘둘러 1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쳤다. 신림동 칼부림 사건이 벌어진 지 고작 13일 만이다. 흉기 난동 이후 전국적으로 살인 예고 게시 글도 잇따라 올라오자 국민 불안은 극에 달했다. 살인 예고 글 중 허위도 많고 작성자가 미성년자인 경우도 많지만 이미 두 차례 흉기 난동 범죄를 경험한 국민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이날 서면역에서 만난 대학생 정 모(25) 씨는 “교통 때문에 서면 일대를 지나갈 수밖에 없다. 살인 예고 글이 올라온 이후 불안해서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며 “평소 사람이 많은 지역을 안전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인적이 드문 곳이 차라리 덜 위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는 특히 더 걱정이다. 직장인 전 모(46) 씨는 “지하철을 타면 종종 고성을 지르고 행패를 부리는 사람을 볼 수 있다.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다음 열차에 탑승하라고 아이에게 말해뒀다”며 “최근 발생한 묻지마 흉기 난동을 보니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어 더 겁이 난다”고 말했다.
국민 불안이 극에 달하자 경찰도 경계 태세를 강화했다. 부산경찰청은 오는 18일까지를 특별치안활동 기간으로 정하고 기동대, 특공대, 관광·지하철경찰대 등을 동원해 다중이용시설 등에서 순찰 활동을 지속한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유통업계도 비상이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은 주요 출입구에 보안 직원을 배치하는 등 기존보다 배 가까이 순찰 인력을 늘렸다. 안전요원은 ‘보안’이라고 적힌 까만 조끼를 착용하고, 방검복, 삼단봉 등의 비상 대응 장비를 갖춘 채 혹시 모를 비상 상황에 대비 중이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