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경양돈농협 “상인과 상생” 약속에 이행 여부 주목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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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순 불공정계약 수정키로 합의
하자 있는 ‘소 부산물’ 공판장이 부담
작업 시간·기계 고장 등도 개선 방침
상인 “협의 사항 절반 이상 만족하나
이행 안 해도 책임소재 불분명해 걱정”


경남 김해시 주촌면에 있는 부경양돈농협 축산물종합유통센터 전경. 이경민 기자 경남 김해시 주촌면에 있는 부경양돈농협 축산물종합유통센터 전경. 이경민 기자

영세상인을 상대로 수십 년 간 ‘갑질 계약’(부산일보 8월 3일 자 11면 보도)을 유지해 비난받아온 부경양돈농협이 상인과 상생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밝혀 이행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부경양돈농협은 지난 5일 중도매인협회, 상인회와 만나 수정이 필요한 불공정한 계약사항을 수정하기로 합의했다고 7일 밝혔다. 가장 큰 문제로 제기됐던 ‘하자가 있는 소 부산물도 상인이 인수한다’는 조항은 ‘공판장이 부담하고 폐기한다’로 변경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부경양돈농협 관계자는 “상인이 상품성이 떨어져 판매할 수 없다고 하면 우리 쪽에 부담하고 버리기로 했다. 단기간에 개선하기 어려운 부분은 시간을 갖고 해결해나가도록 하겠다”며 “다음 주 중 계약서를 다시 작성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외에도 상인회가 요구했던 오후 5시 이전 작업 완료, 잦은 기계 고장 문제 해소, 소머리·우족 제모 미흡·내장 세척 불량 개선 등은 계도기간을 이달 말까지로 정하고 해결할 계획이다. 소 부산물 가격도 오는 14일 이전 가격 심의를 거쳐 소폭 인하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부경공판장은 경매가격을 올리기 위해 월·화요일에 소 8~900마리를 몰아서 도축해왔는데 이를 조정해 기계 고장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요일에는 절반가량, 목·금요일에는 거의 없던 도축 물량을 조절해 과부하로 인한 기계 고장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상인회 측은 이 같은 협상 결과에 절반 이상 만족한다는 뜻을 전했다. 상인 A 씨는 “60~70% 정도 만족한다”며 “이제껏 단 한 번도 상인 의견을 들어준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느꼈다. 가격 심의 후 소 부산물 가격도 2만 원 정도 저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적지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시간 끌기로 이슈를 흐리려는 의도라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 5일 이뤄진 협의가 7일 예정됐던 상인회의 기자회견 취소를 전제로 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수정된 계약 내용을 이행하지 못했을 때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상인 B 씨는 “지난 달 말까지 개선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해 지난 1~2일 소 부산물 인수를 거부한 거다. 이달 말 기한도 지키지 않으면 그땐 또 답이 없다”며 “인수 거부로 생긴 손해는 결국 상인이 떠안게 됐다. 지켜봐야겠지만 걱정이 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1~2일 상인회 측이 인수를 거부해 폐기한 약 1000마리의 소 부산물에 대한 비용 약 1억 5000만 원은 상인들에게 부과됐다. 대신 중도매인협회가 소 1마리 당 발생하는 작업비 2만 9000원과 수수료 7000원을 부담하기로 했다.

이에 부경양돈농협 관계자는 “상인회 인수 거부로 폐기한 소 부산물 비용은 우리가 부담하기 어렵다. 우리는 농가의 이익을 대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중도매인협회가 부담하는 작업비와 수수료는 차후 다시 우리와 논의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부산물상인연합회와 부산 구포축산물시장상인회, 김해 주촌축산물도매시장상인회 소속 250여 개 업체는 지난 1일과 2일 부경양돈조합에 불공정계약 철회 등을 주장하며 각 점포에 할당된 소머리·생간·천엽·곱창 등 소 1000마리에 해당하는 부산물 인수를 거부했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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