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3색 性이야기] 없애는 게 능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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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현 성 심리학자

월요일을 제외하면 대부분 도서관은 다양한 책을 준비한 채로 사람들과의 만남을 기다린다. 학교에 마련된 도서관은 다양한 연령층에 맞게 책을 준비하지 못한다 해도 집 근처에서 찾을 수 있는 공공도서관의 경우 글을 모르는 아이부터 노년을 위한 책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그런 공공도서관이 위험해지고 있다. 도서관은 인간이 모든 책을 쉽고 평등하게 만날 수 있는 공간인데 평등이 깨지기 시작했다. 그들의 주장을 인정할 수 없지만 보수단체들이 성교육 및 성평등과 관련한 몇몇 책을 유해도서로 정하고 도서관에서 빼라며 민원을 제기했다. 민원에 시달리다 충남의 일부 도서관에서 그 책들의 열람을 제한했고 비슷한 민원은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과연 안 보면, 그들이 말하는 ‘유해한’ 책만 차단해 주면 아이들은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을까?

우리 아이들은 이미 그들의 손안에서 유튜브와 SNS로 의지와 무관하게 성적인 콘텐츠와 광고를 하루에도 수차례(수십 번일지도) 접하고 있다. 그러니 부모는 자녀가 접하는 내용을 일일이 다 알 수도 없는 현실에서 책만 뺀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끝까지 책이 문제라고 말한다면 자녀가 핸드폰을 쥐고 있는 시간과 도서관에 가는 시간을 비교해 보라고 하겠다. 도서관에 간다고 한들 그 책들을 펼쳐보지 않으면 그만이다.

책이 나쁘니 빼라고 한 어른들은 좋은 성교육을 받지 못했던 듯싶다. 성교육과 성평등 내용이 담긴 책이 불편한 것은 제대로 된 성교육, 나 중심의 교육을 받지 못한 이유가 크다. 스스로 사랑하는 것부터 배워서 귀한 사람, 예쁜 얼굴, 건강한 몸이라는 인식을 마음에 담지 못했으니 본인의 몸이 자랑스럽지 않고 부끄럽다. 그래서 말하는 것도 쑥스럽고, 말하지 말아야 할 거 같다. 더욱이 성과 연결되어 이야기가 나올라치면 죄책감과 죄의식이 올라오는 것 같기도 하다.

양육자가 이런 마음을 가진 어른이라면 아이들은 양육자에게 솔직한 마음을 보여주기 어렵다. 솔직한 답변과 대화가 어려운 부모에게 자기 몸의 변화와 성적 궁금함을 말하기 쉽지 않다.

불편한 문제를 해결할 때 그 부분을 제거하는 게 최선이 아니다. ‘왜?’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출산율이 떨어지는 건 애를 안 낳아서라지만 아이 낳기를 기피하는 이유를 파악하는 게 문제 해결의 시작이다.

정말 문제가 있는 부분이라면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끼리 토론 등을 통해 설득의 기회를 갖는 게 맞다. 만일 공존할 수밖에 없는 논쟁거리라면 개인의 취사선택 문제이므로 접할 수 있게 그냥 두고 사유의 힘을 길러 스스로의 가치를 정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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