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살인 예고 글’ 엄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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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법무법인 예주 대표변호사

최근 호신용품 주문이 급증하고 있다. 대낮 도심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무차별적 칼부림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나면서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자구책을 강구하는 모양새다. 매일 다니던 길이 불안해지고, 내 옆을 지나가는 사람을 의심하게 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세상이 뒤숭숭한 와중에 잇따른 모방 범죄 예고 게시글로 인해 시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극에 달하고 있다. 얼마 전 부산 서면, 해운대에서도 살인을 예고하는 온라인 글이 게시되었고, 경찰청은 전국에서 수십 명의 살인 예고 글 작성자를 검거했다. 하지만, 상당수가 미성년자거나, “장난삼아 그랬다”라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불특정 다수 대상 무차별 사건 잇따라

모방 범죄 우려로 시민 불안감 가중돼

피의자 대부분 ‘장난삼아…’ 주장해

‘묻지마 범죄’는 테러 행위로 간주해

경범죄 아닌 가중처벌 법령 개정 시급

국민 불안 해소 위해 치안 강화해야


그러한 게시글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해도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시민들의 불안감을 가중하고 공권력을 낭비하게 하는 이러한 행태에 대해서는 이유를 불문하고 엄하게 처벌해야 마땅하다. 그리고 그동안 흉악 범죄 후 모방 범죄들이 잇달아 발생했던 전례를 볼 때, 살인을 예고하는 글을 쓰는 행위 단계부터 발 빠르게 검거하여 범죄 피해를 막고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살인 예고 글 작성자에게 협박·살인예비·위계공무집행방해 등 가능한 처벌 규정을 적극 적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관련 규정들을 보면 법적 미비함과 사안에 따라 처벌 공백이 우려된다. 경찰은 지난해 묻지마 범죄를 ‘이상 동기 범죄’라 칭하고 TF팀을 꾸렸고, 현재 ‘2인 이상의 사람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신체에 위해를 가한 사람’을 가중처벌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개정안이 나왔지만, ‘무차별’이나 ‘신체 위해’ 등의 의미가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이 있어 국회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살인 예고는 공공 안전을 위협하는 테러 행위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국민 보호와 공공 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을 적용하여 처벌할 수 있을 것인가. 테러방지법은 처벌 대상을 ‘테러 단체를 구성하거나 구성원으로 가입한 사람’으로 한정하고 있어, 단순히 살인 예고 게시물을 올린 사람을 위 규정으로 처벌하기는 어렵다. 또한 경찰은 살인예비죄 적용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하는데, 살인을 예고하는 글을 게시한 행위를 ‘살인예비죄’로 처벌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형법은 살인을 예비하거나 음모한 자는 10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지만, 단순히 살인 예고 게시 글을 올린 행위를 ‘예비 행위’로 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판례는 단순히 범행의 의사 또는 계획만으로는 그것이 있다고 할 수 없고 객관적으로 보아서 살인죄의 실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외적 행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살인을 하겠다는 게시물을 온라인에 올리는 행위만으로는 범죄 의사의 표시일 뿐 살인의 구체적인 준비 행위라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실제 살인을 위해 흉기를 구입하거나 소지했다면 얘기가 다르다. 최근 신림동 사건 이후 인터넷 게임 채팅방에서 특정인을 겨냥해 ‘죽이겠다’는 글과 함께 흉기 사진을 게시한 자에게 경찰은 흉기 등 범행 도구를 압수하고 살인예비죄를 적용하여 구속 송치한 사례가 있다.

협박죄, 형법은 사람을 협박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얼마 전, 흉기 구매 장면 사진과 함께 신림역에서 여성 20명을 죽이겠다는 구체적 내용의 글을 연이어 올린 20대 남성에 대해 협박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 그런데 협박죄가 성립하려면 협박 대상이 특정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게시글에 협박 대상자가 특정되지 않았다면 협박죄를 적용하기 어려울 소지가 있다. 한편, ‘장난으로 그랬다’고 글을 게시한 자들처럼 만약 살인을 할 의도가 없었더라도 이러한 게시물을 올려 행정력을 낭비하게 했다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이 적용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2017년 남성 BJ가 여성 게이머를 살해하겠다는 생방송을 진행했지만 경범죄처벌법상 ‘불안감 조성 행위’로 범칙금 5만 원 처분만 받고 훈방조치된 적이 있다. 이러한 행위를 더 이상 경범죄 처벌로 그쳐서는 안 된다. 장난으로, 또는 단순한 분노 표출로, 더 나아가 살인의 고의를 가지고 ‘살인 예고’ 글을 게시한 자들에 대하여,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라도 미비한 법률을 서둘러 보완해야 한다. 불특정 다수의 공중 일반에 대한 안전을 침해·위협하는 ‘공중 협박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을 마련하고, 테러 차원으로 가중처벌할 수 있는 법령 개정이 시급하다. 국민 불안이 해소될 때까지 특별 치안 활동을 강화하고, 가정과 학교에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내 이웃의 안전은 곧 나의 안전이다. 서로가 서로를 돌보고, 더 이상은 뉴스에서 살인 예고 글을 보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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